與 전대시기 '갑론을박'…권영세·원희룡 등판설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당권 주자 간 물밑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내 기반, 대외 인지도, 잔여 임기 등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전당대회 개최 시기부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선 ‘주호영 비대위’가 내년 초 전대 개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친윤(친윤석열)계’이자 국무위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등판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힘 실리는 ‘연말·내년 초’ 전대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에서 거론되는 전대 개최 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정기국회 기간(9월~12월 초) 중인 9월 말~10월 초 △국정감사(10월 초중순)를 마친 뒤인 11~12월 △정기국회 임기가 끝난 뒤인 연말 또는 내년 초 등이다.

최근 들어선 ‘연말·내년 초 전대’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감과 예산심의 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올해 전당대회를 여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에 나와 “지금 여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국감 아니겠느냐”며 “국감과 정기국회를 제대로 잘 치러 삶이 좀 더 나아지겠다는 확신을 국민들께 심어주고 전당대회는 그다음”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런 이유로 내년 초 전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내년 4월까지인 만큼 당권 도전을 노리는 권 원내대표의 정치적 시간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대 시기·룰을 구성할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내년 초 전대 개최를 고수하고 있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난 뒤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 중진 의원은 “주 의원도 다음 총선을 앞둔 만큼 비대위원장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기현 의원은 9월 말~10월 초 ‘조기 전대’를 주장하고 있다. 집권 초 집권 여당이 비대위 상황을 길게 끌고 가면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4선 중진에 원내대표를 지내 당내 기반이 두터운 김 의원으로선 최대한 이른 시일에 전대를 여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나경원 전 의원도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서 “국감 기간을 피해서 빨리 하자는 게 몇 분의 생각이신 것 같고 주 비대위원장은 정기국회 다 끝내서 하자고 얘기하는데 그 중간에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조기 전대에 무게를 뒀다.
◆‘윤심’은 어디에 있나
전대 시기와 룰 등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게 정치권 시각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은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면 당정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새 당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정치적 상황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초 전대가 열릴 경우 내각에 몸담고 있는 권 장관과 원 장관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친윤계면서 당내 중진 인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윤(反尹) 성향인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하자 원외에 있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들 장관의 차출설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주 비대위원장 성향상 대통령실과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내년 초 전대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내년 초 전대를 생각하고 있다면 두 장관 중 한 명이 당권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윤심에 관해 해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하루빨리 당내 혼란이 조속히 수습되길 원할 텐데 그러면 아무래도 조기 전대를 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이 당 상황에 신경쓸 여력이 있겠느냐”며 “구체적인 윤심이 드러나지 않다 보니 온갖 추측만 난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