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권 각종조사 통합 메시지 약화, 좀 미뤄도 돼… 6개월 정도 지나 물가안정·성장 회복 뒤에"
"개헌, 총선 때 각당이 공약해 국민공감대 있는것부터"…절차완화 필요성도 제기
"팬덤 정치 안돼…현안조정위원회 만들어 중진들 역할 강화"
순방 중 현지 인터뷰…"원전·방산·부산엑스포, 생각했던것보다 성과"
김의장 "尹, 통합의 리더십 발휘해야…적폐청산은 위기극복 후에"
취임 후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를 방문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9일(현지시간) "지금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보여준 국민통합의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며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순방에 동행한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이같이 주문했다.

김 의장은 우선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을 거론하며 "어려운 시기인데 따지고 보면 현 정부가 다 만든 어려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건 전 세계적인 복합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외환위기와 관련, 국민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며 울먹였고 그 진정성이 금 모으기 운동 등 전체 국민을 하나로 엮어냈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장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전 정권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다양한 형태의 조사가 발표되니 자꾸 분열이 만들어지고 다수당인 야당에서 비판이 나온다"며 "그런 것은 좀 뒤로 미뤄도 된다.

6개월 정도 지나 국민들이 물가도 안정되고 성장도 회복됐다고 느낄 때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해야 하지만, 공교롭게 전부 집권 초에 몰려있어 통합의 메시지가 약해진 것"이라며 "통합의 리더십만 발휘하면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고치는 일은 (추후에) 해도 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던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한층 더 구체적인 구상을 내놨다.

김 의장은 "개헌하면 국정운영 '블랙홀' 얘기 등이 나오는데 역발상이 필요하다"면서 "2024년 총선을 계기로 각 당의 선거 공약으로 서로 내놓으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모아서 헌법을 고치려고 하면 또 실패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것만 모아서 총선 때 (개헌을)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김 의장은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너무 강한 것(규정)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연성헌법 중에서도 그런 나라가 거의 없다"며서 개헌 절차 요건 완화 필요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이른바 '팬덤정치'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김 의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3당 모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잘 수렴해서 당의 당심으로 공감대를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3당이 모두 그게 부족한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소위 팬덤 정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팬덤 정치는 너무 극우와 극좌로 가서 국민 통합을 깨뜨리는 그런 기제로만 작용을 하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면서 "오랜 경험을 갖추고 국민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중진들이 각 당의 의사 결정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여야간 협치 방안에 대해서는 "현안 조정위원회 같은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중진들이 중요한 정치 현안에 대해 함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토론해서, 그것을 각 당의 정치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원내대표단이 더 소통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의장으로서) 양당의 원내대표단이 짧은 기간이라도 같이 여행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순방 결과에 대해서는 원전, 방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 등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구체적인 성과들이 좀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이온-마르첼 치올라쿠 루마니아 하원의장과 비르질-다니엘 포페스쿠 에너지부 장관 등은 면담에서 루마니아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3각 협력이 필요하다는 강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분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구체화되고 성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 분야 같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치올라쿠 하원의장은 내년 5월부터 연립정부 총리로 내정돼 있다면서 총리취임 전에 한국을 와달라는 초청에 에너지부 장관 등과 함께 방한할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해서도 "한국에 대한 지지를 해달라. 그러면 우리 대기업들이 루마니아를 방문, 양국의 투자 분위기가 일어나지 않겠느냐 했다"면서 이에 치올라쿠 하원의장은 "부산엑스포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루마니아와의 방산협력에 대해서도 "(한국은) 폴란드와도 최근 대규모 방산 협력 기본계약을 맺었는데 루마니아와도 구체적인 액션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오는 9월 열리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에 루마니아 국방장관의 방한을 초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호환성이 있고, 미국과 연합작전이 가능한 한국 무기를 루마니아에 수출할 경우 미국도 찬성할 것이라면서 "방산 협력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의장 "尹, 통합의 리더십 발휘해야…적폐청산은 위기극복 후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