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민원인 접촉 잦은 인허가 부서 등에 업무용 전화 지급
밤낮 구분 없는 벨소리에 협박까지…동네북 된 공무원 개인폰
"욕을 해야만 폭언인가요. '업무 태만으로 감사실에 고발하겠다', '수사기관에 의뢰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아요."

광주 동구청 건축과에서 일하는 A씨의 휴대전화는 일과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벨 소리를 울렸다.

모르는 전화번호이지만 혹여나 민원인의 연락일까 싶어 외면도 못 했다.

A씨는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옮기면서 개인 휴대전화로 민원인과 통화할 일이 부쩍 늘었다.

현장 점검 때 민원인이 늦거나 급하게 약속을 취소하면 사무실 전화 대신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해야 했다.

일 처리 과정에서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명함을 요구받는 상황도 빈번했다.

민원인들은 업무와 일상의 구분이 없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고 나서부터는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A씨에게 수시로 연락했다.

자료가 담긴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의 알림 소리도 때와 장소,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았다.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면 험한 말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민원 현장에서 일하며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A씨의 동료들 또한 저마다 비슷한 사정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동구는 현장 공무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마음 건강을 지켜주고자 이달부터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에 나섰다.

민원 응대와 외부 출장이 잦은 도시개발과·건설과·건축과에 부서당 업무용 휴대전화 1대와 통신 요금 5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동구는 현장 반응이 좋고 다른 부서의 요청이 이어지면 지원 범위와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과중하거나 악성인 민원으로 고통받는 공무원을 보호하고자 전국 자치단체는 다양한 묘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화성시는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는 민원담당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 기능이 있는 공무원증 케이스를 지급했다.

충남 서산시와 홍성군 등도 민원 응대 부서 공무원에게 보디캠과 목걸이형 카메라 등을 보급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9일 "고질적인 민원이 자주 들어오는 부서에서는 개인 연락처를 아는 민원인이 업무가 끝난 시간에도 전화해 시달린다는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직원들이 사생활을 보호받고 안전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