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 '2022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 주최
동포 청소년 150여 명 참가…10일까지 영상제 등 열려

"정말 신기했어요.

아! 이게 드라마에서 보던 도포이고, 갓이구나.

처음 알게 됐으니까요.

"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출신 김 단일(21) 씨는 연신 자신이 입은 한복을 손으로 만지면서 신기한 듯 이같이 말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한복, 난생처음 입어서 감격스러웠죠"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김성곤)이 주최한 '2022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에 참여한 김 씨는 이날 '우리들의 페스티벌 우리들의 한복' 대회를 위해 난생처음으로 한복을 차려입었다고 한다.

그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로 활동하신 선조에 대해 종종 설명해 주셨다"며 "그 덕분인지 나 역시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접해왔지만, 오늘 입은 한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고향에 돌아가서도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비슷한 옷을 구해서 다시 입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대한민국 이민 120주년을 기념한 '2022 재외동포 청소년·대학생 모국 연수'는 차세대 재외동포들이 모국 문화를 체험하고 한민족 정체성을 갖도록 하고자 기획됐다.

앞서 치러진 1차 연수는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간 재외동포 청년 200여 명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과 충남 공주, 부산 등에서 열렸다.

당초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댄스 퍼포먼스를 비롯해 이민사 선언문 낭독 등의 프로그램으로 계획된 이날 행사는 장맛비 탓에 급히 장소를 실내로 옮겨 전통 의상 경연대회로 변경됐다.

20개 조로 나뉘어 한국을 비롯해 호주, 멕시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9개국 전통 의상을 입고 패션 감각을 뽐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한복, 난생처음 입어서 감격스러웠죠"
갓을 쓰고 하늘색 남성 한복을 차려입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파키 옐레나(19) 양은 "저고리와 치마 대신 도련님으로 꾸며서 입었다"며 자신의 의상을 설명했다.

그는 "함께 온 친구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다"며 "요란한 비가 쏟아진 탓에 행사가 급히 바뀌었지만, 차라리 더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0여 개국 출신 재외동포 청년 150여 명은 호텔 안에 마련된 '런웨이'에서 각자가 준비한 전통 의상을 맘껏 드러냈다.

서로 한복 옷고름을 매주거나, 갓을 다시 씌워주기도 했다.

객석 곳곳에서 서너 명이 함께 모여 셀카를 찍는 풍경도 연출됐다.

화려한 조명 아래 트와이스 나연, 싸이, 방탄소년단(BTS) 등 K팝을 배경음악으로 춤사위를 벌일 때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금색 자수를 넣은 흰색 저고리와 감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온 러시아 출신의 티안 다이아나(21) 씨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국과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와도 마찬가지였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 간 관계나 정치적 문제가 아닌, 젊음이라는 교집합 속에서 우리가 나눈 우정과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3년 만에 치러진 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오랜만에 재개된 대면 행사라서 더욱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청년들이 이 자리에서 배우고 느낀 '한국의 정체성'을 고국으로 고스란히 가져가 '글로벌 코리안'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9일과 10일에는 세계 한인 대학생 영상제와 폐막식이 개최된다.

청년들이 준비한 작품들을 상영한 뒤 심사를 거쳐 우승작을 발표한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한복, 난생처음 입어서 감격스러웠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