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당당했던 너인데, 깃털 하나가 부러진 것만 같아.(You were always sure of yourself, Now I see you've broken a feather.)"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웨덴 팝 그룹 아바(ABBA)의 1979년작 'Chiquitita'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Chiquitita는 스페인어로 '꼬마'를 뜻 하는 애칭입니다. 얼핏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공유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삼성가노·망월폐견에 좀비·골룸·레밍까지…與 풍자정치 공방전
◆은은하게 내비치는 은유의 메시지
정치권에서는 그 가사에 주목했습니다. '항상 당당했던 너'는 이준석 대표를, '깃털 하나가 부러진 것 같다'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으로 당 대표에서 자동 해임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뜻하는 것 같다는 해석이었는데요. 이어지는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한번 도전해보는 거야. 새로운 노래를 불러줘.(Try once more like you did before, Sing a new song Chiquitita.)" 이 대표를 응원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뜬금없이(?)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의 '신당 창당설'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의 지각변동이 있다고 본다"며 "윤핵관이 친윤으로 당을 장악하면 이준석·유승민이 신당을 (창당하려) 꿈틀꿈틀할 것이고 한동훈 장관의 여러 문제를 보면서 오세훈 시장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한 장관이 차기 후보로 부상할 경우 잠룡들이 이 대표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노래 가사의 뜻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삼성가노·망월폐견에 좀비·골룸·레밍까지…與 풍자정치 공방전
◆수위 높아지는 '저격전'
정치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콘텐츠는 이렇듯 정치적 은유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SNS를 소통 창구로 쓰면서 정치인들의 은유와 상징, 그리고 풍자를 담은 메시지 정치는 더 활발해졌습니다. 유 전 의원처럼 은은하고 간접적으로 뜻을 내비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좀더 직접적으로 비유의 표현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전날 하태경 의원이 비대위로의 무리한 전환을 반대하며 "현재 국민의힘은 뻔히 죽는데도 바다에 집단적으로 뛰어드는 '레밍'과 같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일명 '나그네쥐'라고 불리는 레밍은 한 마리 쥐가 절벽에서 뛰어 내리면 줄줄이 그 뒤를 따라 떨어지는 습성으로 유명합니다. 맹목적 추종 행태 등을 비판할 때 '레밍 효과'라는 단어가 쓰입니다.
삼성가노·망월폐견에 좀비·골룸·레밍까지…與 풍자정치 공방전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풍자의 언어도 그 어느때보다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야간이 아니라 여당내 갈등에서 그 언어가 더 극단적으로 활용되는 상황인데요. 시작점에는 이 대표가 있습니다. 당원권 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후 장외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간의 당 대표 '내부총질' 문자 논란에 지난달 27일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로 응수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메시지에 대한 답장(?)도 등장했는데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두구육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할 일이다'라고 반박한 겁니다. 이 대표는 이후에도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의원들이 최고위원회 표결에 참여한 것은 '언데드(좀비)'로, 당 지도부의 비대위 전환 움직임에 대해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권력과 재물을 추구하는 '골룸'이라고 표현하며 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주고받을수록 더 자극적으로
비판의 수위는 점차 높아졌습니다. 지난 5일 윤핵관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듯 '삼성가노(三姓家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3명의 후보를 밀었다"며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였습니다. 삼성가노'는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인 여포가 여러 명의 양아버지를 모셨다는 것을 비하하기 위해 장비가 썼던 멸칭입니다. 직역하면 '성 셋 가진 종놈'이라는 뜻입니다.

'윤핵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날도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망월폐견(望月吠犬)' 네 글자를 올렸습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달을 보고 짓는 개들'이라는 의미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를 위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한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은유와 상징, 풍자의 언어가 주는 힘은 큽니다. SNS를 통한 메시지 정치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표현일수록, 그 비유가 공감을 받을수록 언론들이 '제목'으로 뽑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건설적인 비판이 원색적인 비난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고 가는 표현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국민들이 느끼는 정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