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명' 흐름 속 반전요인 '희미'…낮은 투표율에 흥행부진 우려도
단일화 시각차…박용진 "이변의 기폭제" vs 강훈식 "본질 아냐"
"반전카드 절실" vs "실효성 있나"…당내 단일화 성사 관측도 갈려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가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의 독주 체제로 치러지면서,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에는 김이 빠지는 모습이다.

예비경선까지만 해도 일각에서는 이번 전대에서 97그룹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막상 본경선에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흐름이 굳어지며 세대교체론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97 주자들이 세대교체론 불씨를 살리기 위해 단일화를 선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단일화 후에도 승산이 많지 않다"며 판을 흔들 반전카드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사이드' 경선에 김빠진 세대교체론…97 단일화 셈법도 복잡
◇ 김빠진 세대교체론…1주만에 전대 흥행 '비상'
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제주에서 70.48%, 인천에서 75.4% 에 달하는 권리당원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했다.

전날 강원·대구·경북에서 74.8% 득표한 것에 이어 이날에도 독주하며 누적 득표율은 74.15%를 나타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의원 투표나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히면서 '젊은 피'를 내세워 출마한 97 주자들의 세대교체론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2위 박용진 후보는 이날까지 누계 득표율에서 이 후보에게 53.27%포인트나 뒤진 20.88%를 기록하고 있고, 3위 강훈식 후보는 누계 4.98% 득표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어대명' 기류 속에 투표율도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율은 경북(57.81%), 대구(59.21%)를 제외하고 강원(36.43%), 제주(28.62%), 인천(41.26%)에서는 50%를 밑돌았다.

흥행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 2021년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42.74%)보다 더 저조한 수치를 기록할 수도 있는 셈이다.

97 주자들의 추격이 확인되면서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흐르지 않는 이상 전대 흥행몰이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원사이드' 경선에 김빠진 세대교체론…97 단일화 셈법도 복잡
◇ 복잡해진 단일화 방정식…"반전카드 절실" vs "실효성 있나"
97 주자들의 단일화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누적 득표율 기준으로 2위 박 후보(20.88%)와 3위 강 후보(4.98%)의 차이가 15.9%포인트라는 점에서, 박 후보가 강 후보를 향해 강한 단일화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세대교체론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인지도도 박 후보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계속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경우 강 후보 입장에서는 경선 완주가 부담스러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에 다음 주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97 주자들이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97세대 출마 자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항하는 흐름에서 나왔던 만큼 두 사람이 금주 중에라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 "그만큼 반전 카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설령 단일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투표가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라면 그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단일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2·3위 표를 합쳐도 1위 후보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단일화의 파괴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후보들로서는 고민이 될 수 있다.

어차피 당선자를 바꾸기 어렵다면 굳이 단일화를 하기보다는 완주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2·3위 후보들의 단일화는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면서 "전대 레이스를 계속 뛰자니 1위와의 격차로 인해 힘이 빠지고 단일화를 하자니 실효성이 없는 딜레마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강 후보 간 단일화를 바라보는 시각차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제주·인천 경선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당원과 국민 사이에 전당대회에서 이변을 만들어달라는 간절함이 유증기처럼 가득하다.

그 기폭제 중 하나가 단일화라고 생각한다"며 강 후보를 압박했다.

반면 강 후보는 "단일화가 본질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더 득표를 해야 가능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전대에서 내세우고 있는 두 후보의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일화의 명분 역시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 순회경선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를 살펴봐도 박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셀프공천' 논란을 짚는 등 선명성을 강조하는 반면, 강 후보는 세대교체론의 일환으로 '젊은 수권정당'을 내세우는 등 결이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이 후보에 맞서기 위한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