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앞두고 '최저치'
국민의힘 34% 민주당 39%
여야 정당 지지율도 첫 역전
"불안한 당정관계부터 해결
국민 납득시킬 쇄신 있어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석 달여 만에 24%까지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정당 지지율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추월당했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층도 부정 평가가 더 많아
한국갤럽은 지난 2~4일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고 5일 발표했다. 지난주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올라 최고치인 66%로 집계됐다.
대통령 지지율은 지방선거 직후인 6월 첫째주 조사에서 53%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주엔 30% 선이 무너진 28%였다.
지역별로 보면 긍정 평가는 보수진영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38%)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30%를 넘지 못했다. 연령별로는 60대(35%)와 70대(42%)에서만 3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40대(10%)와 30대(13%)였다.
보수층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 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비율이 44%로 부정 평가(48%)보다 낮았다. 중도층은 각각 긍정 21%, 부정 68%로 집계됐다. 진보층에선 긍정 평가 비율이 8%까지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89%였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 평가한 응답자는 그 이유로 인사(23%), 경험·자질 부족·무능함(10%),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7%) 등을 꼽았고, ‘전반적으로 잘못한다’는 응답 비율은 6%였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과 ‘경제 민생을 살피지 않음’도 각각 5%로 집계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민주당(39%)에 역전됐다. 지난주엔 36%로 동률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야당도 공감할 파격 인사 단행해야”
윤 대통령의 여름휴가 중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대통령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담긴 국민의 뜻을 헤아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냐’는 질문에 “언론이 사실 기사·칼럼·사설을 통해 (문제점을) 다 지적해주고 있다”며 “천천히 다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민심 수습을 위해서는 여권의 내부 갈등부터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 지도부 간 갈등, 권성동 원내대표의 문자 파동 등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라며 “보수층이 떠나는 것은 이런 당정 관계의 불안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회를 대하는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일부 장관 및 대통령실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비슷하거나 더 못한 사람을 등용한다면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야당과 중도층도 납득할 수 있는 파격 인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5일 "여태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 중재를 해보려고 여러 갈래로 노력했으나 최근의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젠 그만두기로 했다"며 "좀 더 성숙해서 돌아오시라"고 했다.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가 새누리당 내부 분열로 탄핵 당하고 지난 5년 동안 한국 보수 진영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천신만고 끝에 정권교체를 이루었으나 새 정부의 미숙함과 또다시 그때와 같이 내부 분열 세력들의 준동으로 윤석열 정권은 초기부터 극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당 대표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징계를 당하고 밖에서 당과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양상은 사상 초유의 사태로 꼭 지난 박근혜 탄핵 때를 연상시킨다. 이제 그만들 하시라"고 덧붙였다.이 대표를 향해서는 "이미 정치적으로 당 대표 복귀가 어렵게 되었다. 자중하고 사법절차에만 전념하라고 그렇게도 말했건만 참지 못하고 사사건건 극언으로 대응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라며 "당 대표쯤 되면 나 하나의 안위보다는 정권과 나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하거늘 지금 하시는 모습은 막장 정치로 가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처음 들어보는 표현입니다. 짐작해보건대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확대회담식 통화를 한 것을 ‘국익’이라는 차원으로 해석해 드리겠습니다.”국가안보실 핵심 관계자가 지난 4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 발언에 거의 모든 출입기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간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보충 설명을 요청했는데, 예상외의 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불과 두 시간 전 최영범 홍보수석이 같은 자리에서 밝힌 입장과 결이 달랐다.복잡 미묘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당국자들의 발언 취지가 서로 다르게 해석될 법한 대목도 있었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게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전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모든 것은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까지 고려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하지만 안보실 설명은 달랐다. 안보실 핵심 관계자는 “(양측이) 2주 전 만나지 않겠다고 먼저 결정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약 1주일 뒤 결정됐다”며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미국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1박2일 방한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실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간 만남 여부를 놓고 지난 3일부터 “만남이 없다”→“조율 중이다”→“오전과 달라진 게 없다” 등 혼선을 드러냈다. 2주 전 방한이 결정된 펠로시 의장 측에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제안한 시점은 펠로시 의장이 입국한 4일 아침이다. 외교적 결례일 수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다진 한·미 관계의 덕을 본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에선 “출범 100일도 안 된 대통령실이 정권 말 관료 조직처럼 움츠러들어 여론 눈치만 살핀다”는 지적이 나온다.“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지 100일이 다 돼 간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예로 노동시장의 관행과 제도,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초래한 화물연대 파업과 대우조선해양 하도급 노조 파업 대응은 오롯이 사회수석 몫이었다. 취학 연령 개편으로 빚어진 혼선은 교육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이런 조직 문화를 바꾸지 못한다면 인적 쇄신을 하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주 휴가에서 복귀하는 윤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 대해 "(윤 대통령은) 국민의 실망 앞에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남 탓만 하며 무능함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4%로 떨어졌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증폭되던 2016년 10월 셋째 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라며 이같이 말했다.그러면서 신 대변인은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정부에 대한 의혹 제기가)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언급하고, 건진법사의 이권개입 논란에도 '어떤 정부에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만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관련 의전 논란과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의혹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이 원내대변인은 "'이게 나라냐'는 5년 전의 외침이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며 "윤 대통령의 아마추어 외교는 의전 참사를 일으키며 국제적 망신을 샀고, 대통령 부인은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국민께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이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국정 책임은 도외시한 채 사적 인연과 극우 인사로 대통령실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대통령이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길목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한국갤럽은 지난 2~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4%,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6%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주 조사에서 전주 대비 4%포인트가 추가로 하락한 것이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무선(90%)·유선(1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