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일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이 처한 현 상황은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안을 통과시켰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서병수 상임전국위 의장이 악수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이 5일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이 처한 현 상황은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안을 통과시켰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서병수 상임전국위 의장이 악수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이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현재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오는 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공식 전환하고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상임전국위는 이날 재적 위원 54명 중 40명이 참석한 가운데 29명의 동의로 ‘당이 처한 현 상황이 비상상황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안을 통과시켰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사퇴 의사를 밝힌 데다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하며 당 지도부가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 대표, 권한대행뿐 아니라 직무대행에게도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주도록 당헌을 개정하는 안건에는 2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비대위로 전환하더라도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조해진 하태경 의원의 당헌 개정안은 10명의 찬성표만 얻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표결 결과를 놓고 볼 때 회의 참석 위원 중 10명은 친이준석, 30명은 반이준석 성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임전국위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은 “당헌·당규에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와 지도부는 해산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이 대표가) 지금 일하고 있더라도 비대위가 구성되면 그 즉시 최고위가 해산되기 때문에 당 대표 직위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현재 상태와 관계없이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 대표로서 권한을 상실하는 만큼 대표직에 복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9일 전국위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으로 열릴 계획이다. 1000명의 재적 위원을 대상으로 토론 과정 없이 ARS로 찬반을 물어 상임전국위 제출안을 의결한 뒤 비대위원장도 임명한다. 다른 비대위원은 이달 중순까지 선임해 비대위 구성을 완료한다. 서 의원은 “어느 정도 비대위원장 윤곽이 잡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선 중진급이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당내 5선 의원은 서 의원을 필두로 김영선 정우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의원 등이다. 이 중 원내대표를 지낸 데다 친윤(친윤석열)계와도 가까운 주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고사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다른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결과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사람들을 소집해 과반 의결하는 것도 귀찮은지 ARS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 한다”며 “코로나 집합 금지가 있는 상황도 아닌데 ARS 전국위를 하냐”고 비판했다. 하 의원도 “이 대표가 자기 방어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안 할 수 없고, 당내 싸움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를 쫓아내는 편법으로 비대위를 하게 되면 당의 운명은 법원으로 간다”고 우려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