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파업 등으로 기업활동에 피해를 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소송을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기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의 단체행동에 가해지는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범위 및 규모를 법적으로 제한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손배 가압류 실태와 세계적 입법 사례 등을 살펴보고 법안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기존 법안 등을 병합해 정기국회에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원·임종성 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관련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환노위 위원장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환노위 소속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발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이 파업 행위와 관련한 노조의 부담을 낮춰 자칫 불법파업을 용인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유재산 훼손 액수에 상응하는 배상을 하도록 하는 재산권 보호 원칙이 노조 활동에만 적용되지 않는 데 따른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영국 정도”라며 “한쪽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식의 문제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 불법파업에 면죄부 주겠다는 野
민주당, 가압류 제한 등 추진…여당 "사적재산권 침해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은 △합법적 노조 활동 범위 확대 △법원 결정 손해배상 기준 제시 및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규정 △노동자 개인과 가족 신원 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담고 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계기로 8년 만에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사태가 51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사측은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약 7000억원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야권은 “사측이 정당한 노동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악용한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은 “장관은 월 200만원을 조금 넘게 버는 노동자에게 파업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청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손해배상 청구 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노위 위원장을 맡은 전해철 의원 역시 “노란봉투법을 논의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게 충실한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위원장의 관심이 큰 데다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가을 국회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에서도 큰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며 “각론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손해배상 소송 제한이 불법 파업을 용인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법 체계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민법상 규정되는 손해배상 책임에서 노조 활동만 예외로 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합법적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것 역시 정당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기업 피해를 악의적으로 키우는 불법 쟁의행위까지 덮어놓고 보호한다면 되레 노사 불균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가을 국회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노위 간사를 맡은 임이자 의원은 “재산권도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노동3권도 기본권”이라며 “조화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이 장관은 환노위 업무보고에서 “여야가 ‘노란봉투법’을 입법하면 정부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겠다”면서도 “법체계상 문제, 부처 간 협의, 국민 공감대 등 따져볼 문제가 많다”고 했다. 고용부는 대우조선해양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선 “당사자 간의 일”이라며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유정/곽용희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