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스토킹도 징역…국회, 가상현실 성범죄 '정조준' [세상에 이런법이]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2698건이던 사이버 성폭력 범죄는 2021년 4349건으로 61% 증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메타버스(3차원의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 등을 활용한 범죄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사 성행위를 강요받았다”, “벗은 그림을 그려 달라”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현행법상 상대방에 대한 스토킹·성희롱으로 이용자에게 직접적인 불안과 성적 수치심을 초래하는 경우 처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아바타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스토킹·성희롱 등 가해 행위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성범죄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제할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메타버스 내 성범죄 및 스토킹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성범죄를 할 경우 최대 1년의 징역을 부과한다.

구체적으로 메타버스 내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거나, 타인의 아바타를 스토킹하면 징역 1년 이하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바타로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한 행동을 하면 최대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도 담았다.

윤 의원은 “최근 메타버스 등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권리보호에 관한 제재 규정을 가상공간에서의 권리침해 행위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아바타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스토킹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상 현실 성범죄 처벌 논의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고도화된 가상현실에서 성범죄를 겪을 경우 현실과 다름없는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게 처벌론자들의 주장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피해 인식이 미약한 10대 청소년들의 활동이 왕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 여름호에 실린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 논문 내용에 따르면, 가상현실에서 성범죄 피해를 겪을 경우 신경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는 가상과 현실상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타버스, VR 내에서 성추행당한 뒤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일각에선 “가상의 자아까지 인격권을 인정할 경우 상시적 분쟁으로 법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