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체제 개편 움직임에 대통령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국정 동력을 다시 확보하려면 여당에 이어 대통령실 인적 쇄신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1일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등 국민의힘 지도부 개편 방향에 대해 “당 구성원들이 협의하고 논의해 결정할 일이며 대통령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며 “이런 문제에 대통령이 개입하면 당의 자율적인 기능과 역할이 훼손돼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근 당내 혼란 상황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의중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당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이날 대행 자리에서 물러나고, 배현진·조수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잇달아 사퇴한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비대위 인적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 구체적인 개편 방향에 대해선 “당이 결정할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이 당무에 간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하면서 대통령실 참모들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대통령실은 국정 동력을 되살리려면 서둘러 인적 쇄신과 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 요구하던 인적 쇄신 목소리가 여당으로 옮겨붙고 있는 상황에 참모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에선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실패와 각종 채용 논란 △고장난 대야(對野) 정무 기능 △김건희 여사 이미지 관리 실패 등과 관련해 참모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대통령실 안팎에선 단기 지지율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참모진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인사 검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오는 17일 전후로 나오게 될 대통령 지지율이 대통령실 인적 개편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일부터 닷새간 휴가에 들어가는 윤 대통령은 지인 등을 만나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들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