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發 '權 원톱 불가론' 분출 속 초선 32명 '비대위 전환' 요구
배현진, 전격 사퇴로 지도부도 '격랑'…權, 재신임 절차 밟나

이른바 '문자유출 사태'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체제를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29일 당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지도체제 전환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했다.

오전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 발표에 이어 초선 의원 30여명이 집단성명을 통해 조속한 비대위 전환을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안철수 의원도 공개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던 '권성동 원톱체제'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두달여만에 20%대로 떨어지는 여론조사가 이날 나온 가운데 문자유출 사태의 한가운데 선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책임론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비대위 전환론' 혼돈의 與…최고위원 사퇴에 초선 연판장까지(종합)
4선 중진이자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두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을 통해 권 대행을 조준 사격하고 나섰다.

특히 오후 게시물은 "누란지위 필사즉생…선당후사"라는 열두 글자를 적었다.

그 뜻을 이어 풀이하면 '매우 위태로운 형세'에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산다'며 '개인의 안위보다 당(黨)을 위해 희생하라'는 의미가 된다.

권 대행의 거취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권 대행의 재신임 절차를 상정한 질문에 "재신임이 안 되면 조기 전당대회로 가야겠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조기 전대론을 전면에 꺼냈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 등 초선 의원 32명은 오후 '연판장'을 통해 "이틀 전에는 대통령과 당 대표 직무대행의 사적인 SNS 메시지까지 공개되는 등 사태로 원내대표가 잇달아 3번이나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권 대행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성명에 이름을 올린 초선 의원은 총 32명으로, 국민의힘 전체 초선(63명)의 절반 가량이 동참한 셈이다.

이들은 연판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앞서 초선 의원들이 모인 SNS 단체대화방에서는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집단행동에 거부감을 피력하는 의원들과 부딪히며 한때 격론이 오갔다고도 전해진다.

지도부 내부도 균열이 감지된다.

초선의 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사퇴의 뜻을 밝히며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할 때" "지금이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부각해 사실상 권 대행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또다른 친윤계 초선으로 분류되는 조수진 최고위원은 "제가 분명히 '비대위로 가려면 전원이 사퇴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론' 혼돈의 與…최고위원 사퇴에 초선 연판장까지(종합)
그러나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들과 명확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들은 당내에서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로 분류된다.

정 최고위원은 오전 CBS 라디오에서 최고위원 전원 사퇴의 방식으로 비대위 또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게 꼼수"라며 반대 입장을 못박았다.

검사 출신인 정 최고위원은 아울러 "윤리위의 결정은 당원권 정지 6개월인데 (그 전에) 비대위로 간다면 제명과 같은 효과를 최고위가 줘버리는 것"이라며 "법률적인 가처분 대상이 된다"며 현 시점에서 시작이 불가능한 논의라는 취지로 설명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총사퇴 얘기는 없었고 배 최고위원 혼자 사퇴한 것이다.

(배 최고위원 사퇴가) 들불이 될지 쪽불이 될지 모른다"면서 "나는 (최고위원) 안 그만둔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안정화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을 위한 '최고위원직 기능 상실'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 7명 총원 중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된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와 관련 권 대행은 오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전례를 보면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한 후에 비대위가 구성됐다.

일부가 사퇴한 상태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전례는 없다"며 전자의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권 대행은 이외에 본인을 향한 거취 결정 요구 등 논란 상황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말을 아끼며 '침묵 모드'를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를 필두로 한 원내부대표단은 오후 국회에서 별도로 회의를 열어 당내 혼란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여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의견을 전해들었다"면서 초선 일각의 비대위 전환 요구에 관해서도 "견해"의 하나로 규정한 뒤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며 이들 움직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비대위 전환론' 혼돈의 與…최고위원 사퇴에 초선 연판장까지(종합)
여기에 당내 일각에서 권 대행의 재신임 논의를 거론하며 사흘 뒤인 내달 1일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송 수석부대표는 이에 관해서도 "의총을 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치권에서는 배 최고위원 사퇴를 두고 내심 비대위 전환을 바라는 권 대행의 제안이 있었다는 내용의 '지라시'와 관련 기사도 나왔다.

권 대행이 전날 3명의 최고위원들에게 직접 자진 사퇴를 권유하는 내용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 대행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특히 자진사퇴를 통해 지도체제 전환 압박에 앞장선 배 최고위원이나, 초선 성명을 주도한 박수영 의원 등이 모두 권 대행과 마찬가지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종일 분분한 해석이 제기됐다.

이른바 당내 '중립 성향'을 가진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윤심(尹心)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권 대행은 주말을 지나 내달 초 4선 이상 중진들을 시작으로 선수별로 회동을 하며 당내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