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함 진수식…'문자파문' 후 차기 신경전 속 한자리 주목
유승민, "내부총질 당대표" 尹대통령 '침묵 저격' 이틀만에 대면
尹대통령 앞 총출동 한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유승민도 눈길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28일 울산에서 열린 해군 '정조대왕함' 진수식 현장에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내 기술로 설계 건조한 정조대왕함은 해군의 첫 8천200t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으로, 지난 2019년 건조계약 체결 이후 3년 만인 올해 진수식을 갖게 됐다.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행사에는 당에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대변인 등 지도부를 비롯해 울산 지역구의 김기현 박성민·국회 국방위 소속의 신원식·임병헌 등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아울러 해군 출신인 안철수 의원, 지역구 진해에 해군 기지가 있는 이달곤 의원, 19대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 정조대왕함 관련 예산을 관철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해군과의 연을 바탕으로 초청을 받았다.

尹대통령 앞 총출동 한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유승민도 눈길
국가적 사업을 자축하는 자리인데다가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인 만큼 집권여당 인사들이 함께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일부 참석자 명단이 최근 복잡다단하게 얽힌 당내 권력 지형도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선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권 대행과 김기현 안철수 의원이 행사장 왼쪽 좌석의 앞줄에 나란히 섰다.

오른쪽으로는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사장 내외를 사이에 두고 윤 대통령 내외가 자리했다.

관례상 의원 선수에 따른 배치로 보이나, 당내 신경전의 '주연급'들이 윤 대통령과 함께 하는 공식 석상에서 가장 가까이에 마주한 셈이다.

이준석 대표의 부재 속에 당내 '원톱'으로 자리매김 한 권 대행은 최근 잇단 '공개 사과' 사태로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권 대행은 가장 최근에 빚어진 '문자 노출' 사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신임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상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이제 곧 정기국회를 앞둔 만큼 연말까지 직무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고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현 안철수 의원은 이에 맞서는 잠재적 당권 주자로 분류된다.

둘은 일찌감치 당내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부모임과 토론회를 각각 띄우며 세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에는 이 대표의 징계 직후부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권 대행 체제에 '불안정성'을 지속해서 제기했고, 최근에는 권 대행의 잇따른 실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尹대통령 앞 총출동 한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유승민도 눈길
당내 또다른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이들과 안·장, 김·장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난무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유 전 의원의 참석도 여러 의미에서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과 지난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사이이자 이 대표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그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가 보도된 사진을 본인의 SNS 계정에 게시했다.

아무런 글도 적지 않고 사진만 한 장 올린 이 게시물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무언의 비판'을 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공개된 행사 사진·중계 영상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과 별도로 인사를 하거나 대화하는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앞뒤로 비교적 가까이에 앉아있던 권 대행과 김 의원, 유 전 의원 등은 종종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尹대통령 앞 총출동 한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유승민도 눈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