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vs 강박' 전선…"李 셀프공천 드러나", "모두의 책임"
단일화 동상이몽도 계속…박용진, 강병원에 '진97 감별' 신경전도
野 97주자들, 각자도생 난타전…李책임론·단일화 온도차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97그룹(90년 학번·70년대생) 당권주자들이 예비경선(컷오프)을 이틀 앞둔 26일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벌였다.

양강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으로 불리는 이들 재선 의원 4명은 이날 오후 JTBC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당 대표 출마와 97그룹 내 후보 단일화 문제는 물론 당의 미래 비전과 혁신 방향을 놓고 건건이 각을 세웠다.

'이재명 대세론'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본선행 티켓이 2장에 불과한 만큼 일단 컷오프 통과가 '발등의 불'이라는 판단 하에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총 8명의 당 대표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국민 여론조사에 돌입했다.

'중앙위원 70%·국민 여론조사 30%' 투표를 거쳐 이들 가운데 3명만 본선에 나설 수 있다.

野 97주자들, 각자도생 난타전…李책임론·단일화 온도차
◇ "어대명 넘겠다"면서 '李 책임론'엔 온도차
토론회 최대 화두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도 곧장 당권 도전에 나선 이재명 상임고문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상징하는 '이재명 대세론'은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자신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는 강박(강병원 박용진) 대 강박(강훈식 박주민) 전선이 형성됐다.

강병원 의원은 "큰 전쟁에서 패한 이 고문이 명분 없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로 만들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계양 공천이 셀프공천이었다는 것마저 드러났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 고문은 혁신의 주체가 아닌 쇄신의 대상"이라며 "이 고문은 계양을이라는 핫이슈를 만든 주역인데다가 지방선거의 총괄선대위원장까지 맡았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박주민 의원은 "특정 몇 명이 선거를 다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당을 바닥부터 탈바꿈하는 데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의원도 "누구 하나 여기에서(선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모든 평가가 지난 선거의 결과였다"고 했다.

이 고문의 출마에 대한 엇갈린 인식은 '어대명은 [ ]다'라는 빈칸 채우기에서도 노출됐다.

강병원 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인제 대세론을 꺾었다"며 "어대명은 이인제"라고 했고, 박용진 의원은 "어대명은 어제, 명"이라며 "어제까지는 이재명이 대세였지만 오늘부터는 박용진"이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어대명은 미정"이라며 판세 변화 가능성을 강조했고, 강훈식 의원은 "어대명은 어대식이다.

어쩌면 대표는 강훈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野 97주자들, 각자도생 난타전…李책임론·단일화 온도차
◇ 단일화 동상이몽은 여전…"구국의 결단" "원칙적 찬성"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동상이몽은 여전했다.

이 역시 '강박 대 강박' 구도였다.

강병원 의원은 "구국의 결단", 박용진 의원은 "희망의 기폭제"라며 컷오프 이전 단일화 선언을 거듭 요구했다.

반면 박주민·강훈식 의원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단일화 논의가 가능한 시점을 컷오프 이후로 미뤘다.

특히 강훈식 의원은 "97그룹 내 단일화에는 마음이 열려있는데 다른 분들까지 다 하자고 하니 이것이 맞느냐는 물음표가 든다"고 했다.

다른 당권 주자인 설훈·김민석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까지 단일화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野 97주자들, 각자도생 난타전…李책임론·단일화 온도차
◇ "선명한 야당" 대여 강경투쟁 예고…'眞97 감별' 설전도
"고혈압 유발자"(강병원), "굥대통령"(강훈식·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의미로 윤씨 성을 뒤집은 것), "백지"(박주민), "걱정 대통령"(박용진)
'윤석열 대통령은 [ ]다'라는 질문에 이들은 각각 이같이 답안을 내며, 169석의 힘을 바탕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이날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잔뜩 날이 서 있었다.

한편 약 80분간 이어진 토론회에서 이들은 틈만 나면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려 애썼다.

선거 내내 '반이재명 연대'를 이뤘던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장면도 보였다.

박용진 의원은 "사실 강병원 의원은 89학번이라 97그룹에 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자신이 계속 형이라고 주장했는데 주민등록상 제가 형"이라고 했다.

그러자 강병원 의원은 "제가 199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할 때 박용진 의원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이었다.

제가 선배인 것을 박 의원도 안다"며 "그런데 20대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 X가지 없이…"라고 했다.

이에 박용진 의원도 "비방송용 언어를 쓰고 계시다"라며 웃어 넘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