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관제가 능력주의?…'사적채용' 해명하려다 스텝 꼬인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치 입문을 선언하며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공정을 말한 이면에는 ‘조국 사태’가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가 딸의 입시를 돕기 위해 표창장을 위조하고 인턴 채용을 도운 정황이 드러나자 2030세대는 부모 찬스에 분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공정을 내걸고 정치에 입문했다. 실천 방법으로 ‘능력주의 인사’를 표방했다. 사적 인연과 관계없이 훌륭한 능력을 갖춘다면 누구든 등용하겠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을 보면 이런 능력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 채용은 공개 채용 제도가 아니라 비공개 채용, 소위 말하는 엽관제”라고 밝혔다. 방송 직후 여권에서도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엽관제는 승리한 정당이 선거 운동원이나 지지자에게 승리한 대가로 관직을 주는 제도다. 능력과 실적에 기반해 인사를 등용하는 ‘실적제’와도 맞지 않는다.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 아들의 대통령실 채용 논란을 진화하려던 강인선 대변인의 해명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6급 행정요원인 주씨가 대선 캠프 요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대선 과정에서 아무런 기여도 없는데 이전 경력만으로 채용하면 그것이 오히려 불공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강 대변인 스스로가 불공정 인사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언론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하고 채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초기 비서진 인사가 ‘서오남(서울·50대·남성)’으로 채워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안배가 아닌 능력 중심 인사”라며 비판 여론을 달랬다. 그러나 최근 사적 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능력보다 선거 과정의 헌신과 공헌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세대들이 과연 대통령실의 이런 해명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