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당대표 사고' 규정…당헌 해석따라 '직무대행 vs 전대' 엇갈려
지도체제 논의 '뇌관' 부상 가능성…당권투쟁 조기 점화 소용돌이 속으로
사고냐 궐위냐…'이준석 징계' 시계제로 與지도부 시나리오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8일 새벽 이준석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가운데, 당내에선 현 상태가 당 대표 '궐위'인지 '사고'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 대표 중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궐위와 사고 중 어느 쪽으로 해석·규정하는지에 따라 향후 지도체제 그림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뇌관'으로 부상할 모양새다.

정작 당내 의사 결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 역할을 하는 당헌·당규는 모호하다.

당내에선 당헌·당규를 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 해석을 내놓으며 지도체제를 둘러싼 백가쟁명식 시나리오가 분출하고 있다.

이 대표 징계 후 당권투쟁이 조기 점화해 당 내분이 격화하고 수습하기 힘든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고냐 궐위냐…'이준석 징계' 시계제로 與지도부 시나리오는
◇권성동 "궐위 아닌 사고"…'權직무대행 체제→정기 전대' 경로
이 대표가 중징계 철퇴를 맞은 후 여론의 이목은 '당 서열 2위'인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로 쏠렸다.

당헌·당규에 따라 권 원내대표에게 현 상황을 수습할 일차적인 책임과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중징계 상황에 대해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규정했다.

당 대표의 사망·사퇴·제명에 해당하는 궐위 상황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직무가 정지된 '사고' 상태라는 뜻이다.

이는 당 사무처의 유권해석 결과라는 것이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권 원내대표는 당헌·당규상 원칙적으로는 이 대표가 6개월 뒤 당 대표직으로 복귀할 수 있고 그때까지는 자신의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진다고도 설명했다.

당 대표가 사고 등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중 선거 득표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당헌 29조의 2를 따른 것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후 대통령 업무에 복귀했던 것과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받았을 때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바로 복귀했던 사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사고냐 궐위냐…'이준석 징계' 시계제로 與지도부 시나리오는
이 기준을 준용할 경우 이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갈 수 없다.

당헌 26조 3항에선 전당대회 개최의 전제 조건을 당 대표의 '궐위' 상황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 직무정지 기간 동안 직무대행으로서 비상대권을 넘겨받아 사실상 '원톱' 지휘봉을 쥐게 된다.

이는 6개월간의 직무대행체제를 거쳐 정기 전당대회로 가는 경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경우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새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당 일각에선 직무대행 체제가 권 원내대표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내년 4월까지 원내대표 임기를 마쳐야 하는 권 원내대표가 당장 직을 던지고 차기 당권경쟁에 뛰어들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로서도 최고위원회 주재 등 권한만 중지됐을 뿐 당 대표라는 직위와 신분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 '권토중래'한 후 재기를 노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정치적 사망선고에 가까운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만큼 이 대표가 다시 돌아와 정상적으로 당 대표직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냐 궐위냐…'이준석 징계' 시계제로 與지도부 시나리오는
◇궐위? 기타사유?…비대위 전환·징검다리 전대 개최론도
반면 윤리위 징계를 계기로 '이준석 체제'를 끝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반론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대표직 복귀가 불가능할 정도로 리더십과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전당대회나 비대위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만 한다는 논리다.

이는 이 대표의 현 상황을 사실상의 궐위로 봐야 한다는 시각에 터잡고 있다.

궐위 여부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임시 전당대회나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할만한 '기타 사유'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당헌 26조 3항을 보면 '당 대표의 궐위 또는 기타의 사유로 인해 당 대표 선출 사유가 발생할 때'를 전제로 전대를 개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각에선 이런 해석에 기반해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벌써 당권을 향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징검다리 전대 이야기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김기현 의원이나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한 뒤 입당한 안철수 의원을 잠재적인 당권주자로 꼽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좌우할 집권 1년 차에 당 대표가 사실상 부재하는 불투명한 상황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도덕성과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났는데, 6개월 뒤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야당은 단일대오로 대여투쟁에 나설 텐데, 하루빨리 새 지도부를 뽑아 9월 정기국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냐 궐위냐…'이준석 징계' 시계제로 與지도부 시나리오는
◇李 자진사퇴 압박 커지나…11일 초선의원 모임·의총 논의 주목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이 대표를 향한 자진사퇴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난다면 이론의 여지 없는 당 대표 궐위 상황이 돼 논란 없이 전당대회를 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비대위 전환 후 정기 전대 경로를 택할지 아니면 징검다리성 임시 전대 후 정기 전대로 갈지 등의 세부 방식을 놓고는 이견이 노출될 수 있다.

당장 오는 11일 초선의원 모임에서 현재의 혼란상을 수습하기 위한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같은 날 열리는 의원총회에서의 논의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만일 최고위원들이 동반사퇴 해 현 지도부가 붕괴한다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1년 디도스 사태 당시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하면서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선 사례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당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윤희석 전 대변인은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 최고위원들이 다 사퇴해버리면 비대위가 생길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