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 생존해 있었던 당시 문재인 정부가 유족에게도 이씨의 생존 사실을 숨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6일 최종 발표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유족에게조차 실종자의 북측 해역 생존 사실을 숨겨 유족은 그 시간 엉뚱한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만약 정부가 이씨가 북측에 생존한 채로 발견된 사실을 유족과 공유했으면 살았을 것이라는 게 우리 TF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TF에 따르면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유족에게는 이를 숨겼다.

유족은 2020년 9월 22일 오전 10시 이대준 씨의 실종소식을 듣고, 서해에서 2박 3일 간 선원들과 함께 수색했다.

하지만 이씨는 같은 시각 북측 해역에서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족이 엉뚱한 구역을 수색하게 됐다는 게 TF 측 설명이다.

TF는 이대준 씨와 유족에 대해 정부가 조직적인 월북몰이를 한 정황도 시간대별로 정리해 공개했다.

2020년 9월 22일 오후 6시 35분 대통령 서면보고 때엔 '추락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있었고, 북측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후 9월 23일 오전 1시∼오전 2시 30분 긴급관계장관회의와 같은 날 오전 10시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대준 씨의 월북 가능성을 '낮다'에서 '높다'로 모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9월 22일 오후 10시께 이대준 씨의 사망을 최종 확인한 뒤에도 정부가 약 35시간 동안 이 사실을 숨긴 채 24일 오전 11시에야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 의원은 "국민에게는 35시간 동안 '사망'을 숨기고 '실종' 사실만 공개하면서 월북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그 근거로 '선박에 신발 벗어둔 정황', '월북 가능성 열어뒀다' 등 내용을 중심으로 한 국방부 발표(9월 23일 오후 1시 30분)를 들었다.

나아가 정부는 9월 24일 오전 관계부처 장관회의와 대통령 보고를 통해 월북 판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했고, 이후 국가안보실 주도로 조직적인 '월북몰이'에 착수했다는 게 TF의 주장이다.

TF는 이런 '월북몰이' 과정에 깊이 관여한 핵심 관련자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2020년 9월 23∼24일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지목했다.

이와 함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 부장관, 서주석 전 안보실 제1차장에 대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진상규명과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하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18시 30분께 이대준 씨의 생존 사실을 보고받고도 구조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대통령지정기록물을 해제해 진상규명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와 함께 유족과 국민 앞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국가안보 문란조사 TF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최종 발표 브리핑에서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함께 지난 정권의 안보문란 실태가 드러났다”며 “노크 귀순 당시엔 청와대 안보실의 과도한 개입 등 군 기강이 무너져 내린 사건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실제를 규명하기 위해선 안보문란실태조사TF틀 발족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문란 사건으로는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NLL 북한 선박 나포’ 합참의장 조사 사건, 삼척항 귀순 당시 국가안보실 개입 등을 거론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