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에너지위기 책임두고 미러 공방 가열될듯…한중·한미일 회담도 예상
박진 싱가포르로 출국…7일 외교장관회의 열리는 인니 발리로 이동
G20서 한미일중러 외교수장 한자리에…진영갈등속 韓좌표 주목
이번 주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무대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진영 대결이 다시 한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자간 의제에서 부각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구도뿐 아니라 양자회담 등을 통해 미중 경쟁 상황도 다뤄질 수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 다시금 한국의 외교적 좌표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오후 양자 방문지인 싱가포르로 출국했으며, 7일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G20 외교장관회의는 7일 오후 환영리셉션을 시작으로 8일 개회식에 이어 '다자주의 강화'를 주제로 한 1세션과 '식량·에너지 안보 대응'을 주제로 한 2세션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20개 주요 경제국 외교수장들이 대면으로 한자리에 집결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특별 초청돼 화상으로 참여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G20 외교장관 회의는 (다른 인사가) 대참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올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지정학적 경쟁 등을 반영해서인지 G20 회원국 전체 외교장관이 대면으로 참석한다"고 말했다.

G20은 나토처럼 정치·군사안보 문제를 다루는 장은 아니다.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이 함께 국제경제협력을 논의하는 회의체이지만,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친 여파가 열띤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에너지 안보가 의제로 다뤄지는 만큼 현재의 위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G7과 서방의 대러 제재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간에 공방이 예상된다.

G7과 러시아·중국이 공동의 합의문을 도출하리란 기대가 어렵기 때문에 결과문서로서 각료성명이 추진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회의 내용을 반영해 작성하는 기록인 '의장성명'을 발표할 예정으로, G7은 여기에도 러시아의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문안이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인도네시아와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서방도 함께 참여하는 다자 외교장관회의에 직접 나오는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올해 4월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러시아 경제장관이 화상으로 발언할 때 G7 국가들이 항의의 의미로 퇴장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면 참석인 만큼 관심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외교장관들이 회의장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어떻게 대할지도 각국의 고민거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다자회의에서 진행되는 참석 장관들의 단체 촬영이 이번에는 없고, 오찬도 단체 공식 오찬이 아니라 장관들이 자유롭게 도시락을 먹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이런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여러 번 조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한국 정부가 그간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고, 그런 입장에서 러시아 장관과 조우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G20서 한미일중러 외교수장 한자리에…진영갈등속 韓좌표 주목
취임 후 첫 다자 무대에 데뷔하는 박 장관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견인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반한 다자주의 질서 보존을 위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하며 G20의 단합을 촉구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에 "지난주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대응 방안, 에너지 및 식량 위기 극복 방안 등에 대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세계 5대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세계시장에 다시 편입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흑해 등을 통한 수출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이번 회의 참석 국가들과 10여 개의 소다자·양자 회담 일정도 별도로 조율 중이다.

특히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첫 대면 회담 성사가 유력하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서방에 한 걸음 더 밀착한 새 정부가 대중국 관계 기초를 놓을 중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1주일 만에 한미일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도 높다.

한미일 3자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된다면 대북 공조 강화 방안뿐만 아니라 미국이 꾀하는 대중국 견제 공조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