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민주당의 6·1 지방선거 대패 요인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꼽았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서 완진싸(완전히 진 싸움)’ 등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점도 눈길을 끈다.

민주연구원은 4일 발간한 ‘6·1 지방선거 평가’ 보고서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함의를 “‘도로 호남당’으로 축소·고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당시 광주의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하는 등 호남의 투표율이 눈에 띄게 낮아진 것을 두고는 “민주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환멸이 원인”이라고 했다. 특히 호남 20대 남성의 경우엔 민주당에 대한 일체감이 거의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호남 유권자의 동요와 균열은 호남 원적의 수도권 유권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참혹한 결과에 대해선 “0.73%포인트 차 대선 패배를 졌잘싸라고 엉뚱하게 해석해 강한 지지층 정서만 우선해 검수완박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검수완박 입법 와중에 벌어진 민형배 의원 ‘꼼수 위장탈당’ ‘짤짤이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 성비위 처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무능한 행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혁신안에 대한 거부 등도 지지율 하락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선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2030 여성 결집에 큰 역할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대 이하 여성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58%였던 민주당 지지율이 지방선거에서는 66.8%로 높아졌다.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격한 대응,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강력히 요구해 2030 여성들이 민주당에 표를 줄 명분이 생겼다”고도 했다.

반면 보고서는 ‘이재명·송영길 공천’에 대해선 “대선 패배 책임자들의 공천 등 공천 실패가 민주당 패배 요인이었다는 응답이 많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연구원 조사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3.2%가 ‘이재명·송영길 등 공천 정당성 미흡’을 가장 큰 지방선거 패배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박지현이 들고나온 상식적인 쇄신안을 포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리더십이 민심 이반을 가중시켰다”며 “20대 박지현을 ‘장식용’으로 대하는 민주당에 2030의 반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