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의혹 고발에 결국 사퇴…복지부 장관 잔혹사도 재조명
정호영 이어 김승희까지…장관 후보자 2번연속 낙마는 사상 처음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지명 39일 만에 자진사퇴하면서 복지부는 또다시 기약 없는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복지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5월 10일) 이후, 전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전 장관이 5월 17일 사표를 제출한 뒤 한달 보름여 가까이 장관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권 초기를 보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김용준 안대희 2명의 총리 후보자가 연달아 낙마한 적은 있지만, 장관 후보자가 2번 연속 '사전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해 스스로 물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23일 자진해서 사퇴한 정호영 전 후보자가 청문회 도입 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낙마한 첫 사례였는데, 정 전 후보자에 이어 지명된 김 후보자도 같은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정 전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과거 칼럼 내용, 자녀 편입 의혹 등으로 청문회 국면 전면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과 정치자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선 '한방'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그를 수사 의뢰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그동안 복지부 장관직은 정치적 논쟁과는 큰 관련 없는, 비교적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영향력이 큰 정책을 다루게 되면서 복지부 장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모습이다.

정호영 이어 김승희까지…장관 후보자 2번연속 낙마는 사상 처음
복지부 장관의 잇따른 실각에 관가 일각에선 '장관 단명' 부처로 회자했던 복지부의 '장관 잔혹사'가 다른 형태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문민정부) 초대 보건사회부(보건복지부 전신) 장관으로 의사 출신인 여성 박양실 장관이 1993년 2월 26일 임명됐다가 단 9일 만인 3월 7일 부동산 투기 문제로 사퇴했다.

당시 박 장관은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됐다.

김영삼 정부 임기 5년 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은 9번 바뀌어 평균 재임 기간이 7개월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국회의원 출신 이성호 장관은 1995년 5월부터 약 반년간 장관직을 수행하다 다시 국회의원을 지내다 이듬해인 1996년 8월 같은 장관으로 재차 부름을 받았으나 배우자의 뇌물수수가 드러나면서 3개월 만에 물러났다.

김대중 정부 때는 여성 의사이자 국회의원 출신인 주양자 장관이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부동산 투기 문제로 임명 58일 만에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변재진 장관이 정권 임기 문제로 8개월의 짧은 임기를 지냈을 뿐 다른 장관들은 별다른 낙마 사례 없이 1년 이상 근무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후보자 때부터 논문 중복 게재, 자녀 외국 국적, 소득 축소 신고 등의 의혹이 제기됐던 김성이 장관이 취임했다가 석 달 만에 물러나며 '흑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당시 후임 인선이 시일이 걸리면서 후임인 전재희 장관 임명까지 두 달여간 장관 공백 상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첫 복지부 장관인 진영 장관이 일명 '항명 파동'으로 반면 만에 중도 하차했다.

진 장관 퇴임 후에도 장관 인선 진통에 복지부는 두달 여간의 공백 상태에 놓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