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뢰' 김승희 임명 여부 두고 '고차 방정식' 풀어야
김창룡 사표수리 순방 이후 미뤄둬…이준석 '교통정리' 나설까
귀국한 尹, 장관 임명·경찰청장 사표·이준석 등 현안 산적
윤석열 대통령이 1일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그간 미뤄뒀던 국내현안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30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마드리드를 찾아 사흘간 총 16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일단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에 집중하면서 현지에서 국내 현안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

귀국한 윤 대통령 앞에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 등 3인에 대한 임명 여부,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표 수리 여부, 집중호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중고' 상황 등에 대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장관 임명은 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3인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은 지난 29일 끝났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도 임명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순방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승희 후보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과 관련, 일정 부분 혐의점을 확인해 대검에 수사 의뢰하면서 상황 변동이 생겼다.

특히 수사 의뢰 이후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회 '원 구성' 합의마저 난망한 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김승희·박순애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및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공세수위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순방 기간에도 김승희 후보자가 20대 국회의원 당시 정치자금을 활용해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같은 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줬다는 의혹 등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면밀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같은 직에 대한 연이은 '낙마'는 인사검증 부실 논란을 재점화해 윤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귀국 이후 '임명 방정식'이 더 복잡해진 셈이다.

윤 대통령이 마드리드로 출국한 지난달 27일 임기를 26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은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고안에 대한 조직 내부 반발 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변인실은 당시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청장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며 사표 수리 보류 방침을 확인했다.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논란이 계속되고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안 등에 대한 경찰 내부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할 경우 이는 또다른 '압박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외에도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 관련 대응, 물가상승과 환율 급등 여파에 따른 경제대책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국내에 자리를 비운 동안 한덕수 국무총리가 집중호우 관련 긴급지시를 내리는 등 국내 상황을 챙겨왔다.

윤 대통령은 출국을 앞두고 한 총리에게 "국내 일을 잘 좀 챙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귀국한 尹, 장관 임명·경찰청장 사표·이준석 등 현안 산적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당내 상황에 공개발언 등으로 관여할지도 관심사다.

그간 윤 대통령은 "당무에 대해선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 관련 갈등에는 거리를 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 관련 사안에 대한 윤 대통령이 먼저 언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친윤'으로 꼽히는 박성민 의원이 당 대표 비서실장에서 사퇴한 것을 두고 당내 주류인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 본격적인 '이준석 고립 작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당이 민생 현안은 뒤로한 채 '집안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이 기존 기조를 뒤집고 '교통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대표가 이날 서울공항에 나와 귀국한 윤 대통령을 직접 영접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귀국 직후 또 한번 여권내 상황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