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박용진·강훈식 잇따라 출사표…'어대명' 판세 변수될까
당권행 무게 둔 이재명, 연일 '페북 정치'…李측 "당원 열망 더 커져"
野 '97그룹' 전대 러시…'민생·개혁' 명분 쌓는 李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을 놓고 이재명 상임고문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립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강병원 의원이 8·28 전당대회 출마 포문을 열어젖히자 기다렸다는 듯 박용진·강훈식 의원도 출마를 공식화하며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재선 97그룹 '양강 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4명 가운데 3명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박주민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말씀을 들으며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출마의 가부를 결정하겠다.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野 '97그룹' 전대 러시…'민생·개혁' 명분 쌓는 李
'97기수론'은 6·1 지방선거 참패 후 당내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잠시 힘을 받았으나 정작 후보군에 속한 주자들이 침묵하면서 '찻잔 속 태풍'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친문 유력 주자인 전해철·홍영표 의원, 그리고 '86그룹' 대표주자인 이인영 의원 등 고참 중진들이 잇따라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97그룹에 자연스럽게 길을 터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의원은 최근 '양강 양박' 의원들을 따로 불러 당권 도전 결단을 재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野 '97그룹' 전대 러시…'민생·개혁' 명분 쌓는 李
일각에선 97그룹의 출마 러시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현 판세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문 주자들이 뒤로 물러난 만큼 이들이 당내 다수인 범친문계의 대대적 지원 하에 세대교체 바람까지 탈 경우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97그룹 내 단일화 시나리오가 언급되는 것도 종내에는 이재명계 대 비이재명계의 일대일 구도로 흐르면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과 맞닿아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 지금은 당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압박 같은 것이 여전히 강력하다"며 "단순화시키면 이재명 대 97그룹의 구도"라고 말했다.

野 '97그룹' 전대 러시…'민생·개혁' 명분 쌓는 李
이 고문은 전대 후보 등록 시점인 내달 중순께나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당권행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고문이 연일 SNS를 통해 메시지를 내는 것은 불출마 요구에 맞서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고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여야 대치에 대해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이 철 지난 색깔론이나 거짓말로 정쟁을 도발하고 몰두하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고 민망하다"며 국민의힘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17일과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최근 경제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에 거국비상경제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트위터에서 "정치개혁은 당원의 명령이다.

민주당의 제1판단 기준은 '개혁에 도움이 되냐 아니냐'여야 한다"고 적은 것도 '개혁'을 출마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 경제와 정치 개혁, 이 2가지가 앞으로 지속될 메시지의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계 내부에서는 '이재명 불출마론'이 당내에서 지속되는 것이 오히려 당 대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계 인사는 "재선의원들이나 97그룹 의원들이 이재명 불출마를 이야기할수록 당 바깥에서 개혁을 원하는 당원들의 열망은 더 커지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이 고문이 직접 대응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후보 등록일까지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이대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野 '97그룹' 전대 러시…'민생·개혁' 명분 쌓는 李
당 안팎에선 전대 출마설이 이어지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비대위 총사퇴 후 두문불출하던 박 전 위원장은 최근 성희롱성 발언 의혹을 받은 최강욱 의원의 징계 건을 계기로 꾸준히 SNS 메시지를 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바꿔야만 한다.

계파와 권력을 앞세운 정치투쟁이 아니라, 생활고로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서민과 청년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민생투쟁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부터 민생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적었다.

당내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전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도 당 대표보다는 최고위원 선거가 아니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최고위원은 모르겠지만 대표로는 아직은 이르다.

당 대표는 내가 하고 싶다고 손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박 전 위원장의 접촉면, 공유하는 기억, 경험은 비대위라는 좁은 공간밖에 없다"고 말했다.

野 '97그룹' 전대 러시…'민생·개혁' 명분 쌓는 李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