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찬스' 등 차별화 시도…경제부지사 신설해 민생경제 총력 대응
여야 동수 도의회, '협치' 험로 예상…'잠룡 행보' 시선도 극복 과제

내달 1일 출범하는 민선 8기 경기도정의 슬로건은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다.

민선 7기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과 닮은 듯 다르다.

[출발 민선8기] '변화와 기회' 김동연의 경기號, 이재명 뛰어넘을까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이재명 전 지사의 '공정'에 '기회'를 더해 도정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 전 지사의 민생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도 그만의 색깔을 입히겠다며 차별화를 강조해왔다.

'경기 찬스'가 대표적이다.

김 당선인은 '경기청년학교', '경기청년사다리', '경기청년갭이어(gap-year)' 등 3개 사업을 '청년 경기 찬스' 사업으로 내세웠다.

아주대 총장 시절 도입한 파란학기제(수강생이 수업과목을 제안하는 제도)와 애프터유(저소득학생 해외대학 연수) 등을 경기도로 확대 시행하는 내용이다.

모든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 구입비를 지원하고, 공공산후조리원을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하는 '여성건강 경기 찬스'도 약속했다.

현재 18개 시군에서 시행 중인 '여성청소년 생리대 구입비 지원사업'을 31개 시군으로 확대하는데 2026년까지 4년간 총 2천66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여주와 포천에서 운영 중인 2개 공공산후조리원도 이 기간 31개로 늘리기로 했다.

총 투입 예산은 1천566억원(도비 100%)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세제 관련 경기 찬스는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취득세 면제' 정책이 대표적이다.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 도민이 4억원 이하 주택을 처음 구입할 경우 취득세를 100% 면제하는 것이다.

취득세 100% 면제가 실현되면 연간 1천4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어 그만큼 도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찬스 외에 김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이다.

이를 위해 도지사직인수위원회에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24일 경기도청북부청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임기 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출발 민선8기] '변화와 기회' 김동연의 경기號, 이재명 뛰어넘을까
그는 취임 후 관련 조직을 만들고 요일을 정해 북부청사에서 정기적으로 근무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또는 '경기 분도'는 이 전 지사가 사실상 반대했고, 과거 선거 때마다 나온 이슈였는데도 여전히 성사되지 않아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김 당선인은 정통 재정 관료 출신으로서 가진 장점과 능력을 경제위기 비상시국에 십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김 당선인은 인수위에 '비상경제대응TF'를 꾸린 뒤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직접 지휘하며, 오병권 도지사 권한대행이 본부장을 맡은 도 비상경제대책본부와 두 차례 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시도지사의 참여도 요구했다.

농어업인 면세유 및 물류비 지원, 비료가격 안정 지원, 수출보험 지원, 수출기업 물류비 지원, 납품단가 연동제 제도 도입 촉구 등 민생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5대 긴급 대책도 인수위 차원에서 마련했다.

그는 취임 첫날 이와 관련한 '경기도 비상경제 대응조치 종합계획'을 제1호 문서로 결재할 예정이다.

이 전 지사 시절 평화부지사였던 정무직 부지사 명칭을 경제부지사로 변경하고 소관 실·국도 2개에서 6개로 늘려 민생경제회복에 총력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근래 외부 인사가 대부분 맡아온 도지사 비서실장 자리를 내부 공모를 통해 임명하는 등 인사 혁신도 예고했다.

김 당선인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경기도청 공직자들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며 "선거 캠프에서 함께했던 분이 아니라 도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 중에서 공모를 통해 비서실장을 선발하고 도정에 최적화된 적임자를 뽑아 비서실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출발 민선8기] '변화와 기회' 김동연의 경기號, 이재명 뛰어넘을까
김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김동연표 협치'를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민의힘 인사의 도지사직인수위 참여가 무산되면서 앞으로 도정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김 당선인은 지난 7일 국민의힘 경기도당 김성원 위원장을 만나 국민의힘 측 인사 2명의 인수위 참여를 요청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했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이른바 '낮은 단계'의 협치가 첫 단추부터 어긋난 셈으로, '여·야 동수'인 도의회와 관계 설정 등 향후 김 당선인의 도정 운영도 험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음 달 1일 개원하는 제11대 도의회는 전체 156석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78석씩 양분해 의장 선출부터 양당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김 당선인이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른 만큼 여러 사정으로 도정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때 이른 우려도 제기된다.

그는 지방선거 승리 직후 남경필·이재명 두 전직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 문재인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을 잇달아 만나며 여야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김 당선인 측은 이에 대해 '도정 운영에 대한 조언과 협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경기지사직을 발판으로 그동안 주창한 '정치교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