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 거행…유족·참전장병들 풍도 인근 서해에 첫 '해상헌화'
"엄마 온 것도 모르지"…20년째 흐르는 유가족 눈물에 장관도 눈시울
국방장관 "법규개정 추서·진급 계급에 맞게 급여와 예우 지원할것"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여섯 용사 목소리 들리는 듯"(종합)
월드컵에 열광하던 20년 전 오늘 서해에서 북한군 기습에 맞서 싸워 승리한 이들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해군은 29일 경기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이종호 해군총장 주관으로 '제2연평해전 20주년 승전 기념식'을 개최했다.

올해 기념식은 '해전'에서 '승전'으로 변경되어 의미를 더했다.

승전 기념식과 함께 유가족과 참전장병들이 참여한 '해상 헌화식'도 처음 마련했다.

해상 헌화식을 위해 2함대에서 윤영하함, 조천형함, 서후원함, 박동혁함 등 유도탄고속함(PKG·450t급) 4척이 연평도가 있는 북쪽을 향해 출항했다.

함정에는 유가족과 참전장병들이 승선했다.

지난 17일에는 한상국함과 황도현함의 해상 헌화가 있었다.

함정들은 15노트(시속 약 27.8㎞) 속도로 1시간 30분여를 달려 풍도 인근 해상에 도착해 함수를 연평도 쪽으로 향한 채 속도를 늦췄다.

윤영하함에 탑승한 고(故) 윤영하 소령 모친 황덕희 여사와 동생 윤영민 씨를 비롯해 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정 부장이던 이희완 중령 등 참전장병, 현재 윤영하함 승조원 등이 차례로 우현 방향 바다에 국화를 내려놓고 술을 뿌렸다.

참수리급에는 없었던 사정거리 150㎞의 국산 함대함 유도탄 '해성' 발사대는 윤영하함 함미 갑판에 모인 추모객들에게 장마 구름을 뚫고 나온 햇볕을 가릴 그늘을 만들어줬다.

윤 소령 동생 영민 씨는 헌화 후 "저도 해군 병으로 근무해서 바다에 대한 남다른 감회가 있는데, 하늘에서나 바다에서나 지금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형이 대한민국을 잘 지켜주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희완 중령은 "유가족 분들과 참전 전우들이 실제 전투를 했던 바다 위에서 만나 뵙게 됐다"며 "제2연평해전 6용사의 군인 정신, 또 바다를 지켰다는 본질적인 군인의 임무 완수에 대해서 정말 존경을 표한다"고 전우들을 추모했다.

또 올해부터 제2연평해전을 '승전'으로 공식화한 데 대해 "우리 6용사 목숨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한 것"이라며 "6용사가 목숨을 바쳐 서해를 사수한 그 명예가 오늘 20년 만에 승전으로 자리매김해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여섯 용사 목소리 들리는 듯"(종합)
2함대에는 제2연평해전 당시 참전했던 참수리 357호 고속정이 전시됐다.

고속정 측면에는 전투 당시 날아왔던 북한군 총알에 맞은 흔적이 선명했다.

전시된 고속정 근처의 야트막한 언덕에 있는 제2연평해전 전적비 앞에서 참배 행사로 기념식 일정이 시작됐다.

두 달가량 걸릴 보수 공사를 거쳐 '전승비'로 이름을 바꾸게 될 기념비다.

해전에서 전사한 6용사의 유가족을 비롯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기념비 앞에 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차례로 헌화와 분향을 마친 이들은 기념비 뒤편으로 걸어가서 부조로 새겨진 6용사 얼굴을 어루만졌다.

고 조천형 상사 모친 임헌순 여사는 돌로 만들어진 아들의 얼굴을 만지면서 "엄마 온 것도 모르지"라며 애닳는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임 여사 곁에 함께한 이종섭 장관 역시 눈시울을 붉히면서 "잊히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라고 아들을 떠나보낸 임 여사를 위로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여섯 용사 목소리 들리는 듯"(종합)
승전 기념식 본행사는 제2함대사령부 충무관에서 열렸다.

고 서후원 중사 부친인 서영석 유가족회장은 "벌써 20년 세월이 지났지만, 오늘 더욱 그립고, 여섯 용사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며 "국민은 장병과 군무원 여러분 덕에 생업에 종사하며 편안한 일상을 보낸다.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아들의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희완 중령은 회고사에서 "제 가슴 속에는 아직 그날의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고, 목숨 바쳐 조국의 바다와 전우를 지켜냈던 여섯 용사의 함성이 제 귓가에 생생하다"고 돌아봤다.

이 중령은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했으며 그 어떤 적이라도 우리의 바다를 단 한 치라도 침범하는 순간 그곳이 곧 그들의 무덤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기념사에서 여섯 용사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우리들 가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며 "제2연평해전 영웅들이 이룩한 승리의 역사를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관련 법규를 개정해 추서·진급된 계급에 맞게 각종 급여와 예우를 지원하는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과 유가족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제2연평해전은 한 치의 바다도 적에게 내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목숨 바쳐 이뤄낸 값진 승전으로 자유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할 수 없는 강한 안보 태세 확립이 서해 수호 영웅들의 희생에 진정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여섯 용사 목소리 들리는 듯"(종합)
군은 기존에 기념식이라고만 부르던 행사를 올해부터 '승전 기념식'으로 바꾸고 전적비도 곧 전승비로 변경하기로 하며 제2연평해전을 승전의 역사로 공식화했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께 북한 경비정 2척이 NLL을 침범, 우리 해군 참수리 357호 고속정에 선제 기습공격을 가하면서 발발했다.

기습으로 정장 윤영하 소령, 조타장 한상국 상사, 사수 조천형 상사·황도현 중사·서후원 중사가 사망했고 의무병 박동혁 병장은 중상을 입고 치료받던 중 숨져 6명이 전사했다.

우리 해군이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북한군도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경비정이 화염에 휩싸인 채 도주했다.

참수리 357호정은 당일 예인 중 침몰했고 그해 8월 인양됐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여섯 용사 목소리 들리는 듯"(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