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여름 장마로 인한 폭우 피해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이 최근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핵실험 추진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기상 문제로 당분간 핵실험을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부터 30일까지 양강도, 함경북도, 나선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폭우와 많은 비 경보가 발령됐다”고 보도했다. 평양은 지난 25일 밤부터 쏟아진 비로 가로수가 뿌리째 뽑힐 정도의 큰 피해를 봤다. 대동강 구역에선 세 시간에 104~170㎜ 이상의 비가 쏟아졌고, 용천과 사리원에는 직경 15~30㎜의 우박이 내렸다. 북한의 기상청 격인 기상수문국에 따르면 한 시간에 30㎜ 혹은 세 시간에 50㎜ 이상의 비가 내리면 폭우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이번 폭우가 과거 태풍 ‘볼라벤’ 때와 비슷한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2012년 8월 볼라벤으로 대규모 농경지와 수천여 가구가 침수되고 수십 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면 사설을 통해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 큰물(홍수)과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고 생산을 정상화하기 위한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내 피해가 속출하면서 준비했던 핵실험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핵실험은 특성상 지반 약화 등을 동반해 기상이 불안정하면 시행하기 어렵다. 북한이 2006~2017년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했는데, 장마철과 겹치는 6~8월에 한 전례는 없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핵실험)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현재로선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미 공군의 RC-135U ‘컴뱃센트’ 정찰기는 수도권과 강원 지역 상공을 여러 차례 왕복 비행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