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금 남은 이준석, 악수 뿌리치자…배현진 ‘찰싹’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 요청을 뿌리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대표가 자리에 앉자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돌아오면서 왼손으로 이 대표의 어깨를 내리쳤다(오른쪽 사진). 두 사람은 지난 20일 비공개회의 내용 유출 책임을 놓고 크게 충돌했다.   /김병언 기자
< 앙금 남은 이준석, 악수 뿌리치자…배현진 ‘찰싹’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 요청을 뿌리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대표가 자리에 앉자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돌아오면서 왼손으로 이 대표의 어깨를 내리쳤다(오른쪽 사진). 두 사람은 지난 20일 비공개회의 내용 유출 책임을 놓고 크게 충돌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징계 심의를 다음달 7일로 미루면서 당 내홍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징계 여부에 따라 당내 권력 구도가 뒤바뀌는 만큼 이 대표 측과 친윤(친윤석열), 차기 당권주자 간 세력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징계 여부를 2주 뒤인 다음달 7일 심의·의결하기로 결정했다.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선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김 실장을 징계 대상에 올린 만큼 이 대표 징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23일 라디오에 나와 “이게 무슨 기우제식 징계냐”며 “경찰 수사 결과든 뭐든 2주 사이에 새로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위의 징계 결정 연기에 정당성이 없다는 취지다. 김 실장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윤리위의 징계 절차 개시는 당규에 있는 윤리위원회 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윤리위 회부를 권력 다툼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이 대표가 이날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를 통해 ‘공천 개혁’을 예고하면서 현역 의원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대표 선출을 앞둔 만큼 친윤 세력 등과의 당권 경쟁도 잠재해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 진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이 대표가 윤리위 소집 등이 정치적인 음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 측 인사인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많은 당원이 윤리위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향후 경찰 수사가 윤리위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날 예정된 참고인 조사에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불출석하면서 수사 결과가 다음달 7일 이전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가 자칫 세대 갈등과 계파 정치 부활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의 지금 특징은 세대연합 정당이다. 이 대표 망신주기를 해서 지지층이 충돌하면 우리 당만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전날 “이 대표를 징계하면 2030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