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윤리심판원이 성희롱성 발언 의혹을 받는 최강욱 의원에게 '6개월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 같은 골잡이를 집에 돌려보낸 꼴"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은 21일 '최강욱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 의원 징계로 윤석열 정권의 최전방 공격수를 민주당이 스스로 제거하는 어리석은 짓을 범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아픈 이를 민주당이 알아서 뽑아줬으니 뻘짓도 이런 뻘짓이 없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작금의 시민 정서에서 진보 정치인의 '성희롱'이라는 낙인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는 삼척동자도 안다"며 "내용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이 징계로 인해 최 의원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성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으로 왜곡, 인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 공직비서관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와 전투력까지 겸비했고 대중적 인기를 얻은 최 의원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현재 민주당에는 없다"며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 같은 골잡이를 집에 돌려보낸 꼴이다. 본격적인 정치보복을 앞두고 검찰공화국과 결전을 앞둔 시점에 핵심 공격수를 빼내니 한숨이 절로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공화국의 정치보복은 이제 본격적인 칼춤을 출 것이다. 0.7%로 석패한 이재명 후보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까지 칼끝을 겨눌 것"이라며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를 덮은 채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할 수 없고, 앞으로 민주당은 검찰공화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전투력을 갖춰야 하는데, 최강욱만 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뉴스1
앞서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전날 성희롱성 발언 의혹을 받는 최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김회재 의원은 브리핑에서 "최 의원이 법사위 회의 중 온라인 회의에서 여성 보좌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위원들 전체가 동일한 사실을 확정 짓고, 사실 확정 부분에 이견이 없었다"면서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최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윤리심판원의 징계는 오는 22일로 예정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다뤄진 뒤 확정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윤리심판원의 이번 결정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줄곧 쇄신을 강조하던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늦었지만 다행이고, 환영하지만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최 의원의 성희롱 논란이 지난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최 의원의 거짓 발언,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 봤을 때 무거운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최 의원 역시 그간의 거짓을 번복하고 진실을 말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윤리심판원 결정은 사건 정황과 피해자 진술을 기반으로 내린 객관적 결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최 의원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해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패배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은 "김남국 의원을 비롯해 당시 회의에 참석하고도 최 의원의 발언을 숨기고자 입단속을 시킨 의원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최 의원을 감싸고 은폐에 가담한 의원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검찰개혁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 등도 선거 패인으로 지목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