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21대 국회가 후반기에 접어든 지 22일이 흘렀지만 법안 처리와 인사청문 등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원회 처리 법안이 모두 모이며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를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원구성 협상 마무리를 위한 마라톤 회담을 공식 제안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공백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어 민생위기를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치논리가 아니라 민생논리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주 안에 반드시 담판을 짓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민주당은 지체 없이 회담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한 점을 강조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도중 당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작성한 합의문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제안에 “양보안을 마련해오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여당이 먼저 납득할 만한 양보안을 제시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마라톤이 아니라 100m 달리기도 좋고, 철인경기도 좋다”며 “지금은 만남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주까지 원내수석들끼리 비공개로 만났지만 보고받기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넘겨받으려면 먼저 법사위의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참여, 헌법재판소 심판 청구 취하 등도 조건으로 제시했다.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 등 민주당 일각에서는 원구성 협상이 지체될 경우 의장단을 단독 선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국회의장 후보로 김진표 의원을, 야당 몫 부의장 후보로 김영주 의원을 선출했다.

반면 경제 위기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구성을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초선의원 모임을 마친 뒤 “원구성 협상을 길게 끌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과 유연하게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