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토론회 참석한 우상호, 하태경 (사진=연합뉴스)
학술토론회 참석한 우상호, 하태경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의원님께서는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버지를 잔인하게 잃은 가족들의 처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 편에 서서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의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한 가정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익에 따른 발언만 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 이 모 씨가 20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을 향해 공개 편지를 보내 항의했다.

국민의힘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내정된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북 피살 공무원 수사 당시 '월북'으로 단정 짓고 정황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실상보다 부풀려진 도박 빚 ▲정신적 공황 상태 ▲조류 ▲방수복 은폐 등 네 가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피살된 이 씨가 신입 직원이 오면 '방수복을 입지 않고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면 3시간 후에 죽는다'고 평소에 말했다"며 "당시 직원들이 진술서를 썼다. 방수복을 입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 월북 기도를 했다면 왜 방수복을 방에 두고 갔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도박 빚을 지나치게 많이 부풀렸다. 제가 볼 때 1억 남짓인데 그분 연봉이 5000만원 전후가 되니 충분히 감당할 액수"라며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도박 빚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도 조작 의혹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정신적 공황 상태라고 발표한 뒤 심리전문가에게 진단을 의뢰하는데 전후가 뒤바뀌었다"며 "인권위 보고서에는 정확한 근거가 없고 해경의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서해상에서 북측 피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아들 A 씨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에게 쓴 편지. / 사진=이 씨 유족 측 제공
서해상에서 북측 피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아들 A 씨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에게 쓴 편지. / 사진=이 씨 유족 측 제공
아들 이 씨는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개한 손편지에서 "월북인지 아닌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했나.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과받고 북한을 굴복시켰으니 된 거 아니냐고 하는데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것인가"라며 "김정은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 그리고 제가 용서했나?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한을 굴복시킨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게 북한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불태워 죽여놓고 한 사과라고 생각하나"라며 "우상호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받았으니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씨는 "가족에게 공개되지 않는 군 특수정보가 아버지가 월북하셨다는 증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버지는 월북자, 남겨진 가족은 월북자 가족이 되는 건데 이런 끔찍한 죄명을 주려면 확실하고 명확한 증거를 가족들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당신들만 알고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을 증거라며 '너희 아버지는 월북이 맞으니 무조건 믿어라' 하는데 이건 반인권적인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려면 먼저 월북이 확실하다는 듯 얘기한 쪽이 월북의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면서 "군사기밀, 국가기밀 그런 얘기 따위는 전 모른다. 전 오직 아버지 죽음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질 뿐이고 당연한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월북자로 둔갑하는 상황인데 명확한 증거는 확인되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함부로 월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한민국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갖는 그 무게를 아신다면 보여주지 못하는 정황만으로 한 가족을 묻어버리는 이런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면서 "방에 방수복이 있는데도 구명조끼 하나 걸치고 월북을 시도했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 씨는 "그렇게 떳떳하면 법원 판사가 공개하라고 판결한 정보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때 우 의원은 왜 가만히 있었나"라며 "국회의원 2/3가 찬성하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해 아버지의 월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확신하시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아버지의 모든 정보를 지금이라도 공개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 의원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라"면서 " 또다시 2차 가해가 진행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가족의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 기자회견에서 피살 공무원의 아들 이모 군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가족의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 기자회견에서 피살 공무원의 아들 이모 군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지난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앞서 우 위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월북 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보다는 친북 이미지,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新)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그분(피해자)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항의했고 사과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닌가"라고 말해 최근 구설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의 '신색깔론' 비판 제기에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