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출마' 압박 연판장 등 용퇴론 '흐지부지'
계파정치·전대 룰 등 영향으로 판 흔들기 쉽지 않을듯
역대 전대서도 힘 못 쓴 세대교체론 재조명
주춤하는 민주당 세대교체론…'찻잔 속 태풍' 그치나
전당대회 초반 레이스에서 주목받았던 세대교체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 것인가.

세대교체론은 이번 전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초반 폭발력에 비해 기세가 다소 주춤하는 듯한 모습이다.

세대교체론은 그동안 당의 주축이었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을 비롯한 신진 세력이 채워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주류 교체를 통한 전면적 쇄신으로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전대 초반 당내에서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연이은 선거 패배 속에 당 쇄신의 필요성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실제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전히 강고한 계파 정치, 이른바 '다크호스'에는 불리한 전당대회 룰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주춤하는 민주당 세대교체론…'찻잔 속 태풍' 그치나
◇ 이재명 등 계파수장 불출마론, 수면 아래로?…공천 의식했나
지방선거 패배 직후 분출한 세대교체론의 이면에는 이재명 상임고문,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친문 핵심그룹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불출마론'이 깔려있다.

계파 수장들이 불출마를 통해 자리를 비워주면 그 자리를 97그룹이 채우는 방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재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고문, 전 의원, 홍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한 뒤로 당내에서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이 고문을 겨냥한 불출마론의 경우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이 고문에게 있다는 이른바 '이재명 책임론'과 맞물리면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이 고문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까지 돌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구체화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연판장을 돌리자는 주장이 나오긴 했지만 지나치게 전대 국면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일단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뿌리 깊은 계파정치가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서는 신진 세력의 등장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현역 의원으로서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출마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고문이나 전·홍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이들이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시점이 됐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계파의 대표선수들이 자진해서 출마 의사를 접지 않는 이상, '97그룹'도 어쩔 수 없이 유력한 당권주자에 줄을 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당심의 반영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재 구도에서 권리당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계파정치를 흔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전당대회 룰 변경 요구도 함께 들고 나오는 것도 이같은 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춤하는 민주당 세대교체론…'찻잔 속 태풍' 그치나
◇ 특정 지역·지지층에 기댄 출마 반복…새로운 비전과 가치 필요
'97그룹' 중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 김해영 전 의원 등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아직은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특정 지역과 지지층을 기반으로 삼아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패턴도 반복되는 양상이다.

당 대표 도전을 시사한 송갑석 의원은 지역구인 호남이 지지기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0대 나이에 최고위원 도전을 시사한 김남국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 강성 당원을 지지기반으로 삼았다는 게 주된 견해다.

결국 세대교체론이 강력한 명분을 얻으려면 단순히 젊은 리더십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내놔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세대교체론은 당의 얼굴과 내용, 체질을 바꾸라는 요구지, (어린) 나이로 (당권을) 이어받으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19일 통화에서 "차세대 주자들이 가치로 인정받으면 '누구는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주춤하는 민주당 세대교체론…'찻잔 속 태풍' 그치나
◇ 한 번도 힘못쓴 세대교체론…7년 전엔 '86그룹' 이인영이 세대교체 자처
고질적인 계파정치, 대중적 지지 부족 등의 이유로 세대교체론은 그간 민주당 전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 전대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박영선 전 중소벤치기업부 장관, 이인영 의원 등이 세대교체론의 전면에 섰으나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한명숙 전 총리를 꺾지 못했다.

이 의원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대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가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간 '친문(친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경쟁 틈바구니에서 3위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 창당 후인 2018년 전대에서는 송영길 전 의원이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왔으나 친문계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해찬 전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때 기성세대에 맞서 신진 세력의 선봉에 섰던 '86그룹'인 이 의원과 송 전 의원이 현재 용퇴론의 대상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전문가는 세대교체를 주창하는 당사자의 가치와 비전 외에도 당의 절박감과 전략적인 마인드까지 더해져야 주류 교체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젊은 정치인인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된 것은 '이대로는 다 죽는다'는 절박감을 가진 당원들이 전략적 마인드로 충격요법을 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현재 민주당을 보면 그런 절박감보다 계파의 생존 논리 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도 세대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