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강령 등 '장내성 전염병' 퍼져…김정은 로열패밀리, 상비약 풀어 민심 관리
고강도 방역으로 농사일에 타격 가능성…중국 등에서 식량 원조받을 수도
北 최대 곡창지대 황남서 전염병 창궐…'식량난' 경고음
북한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일대에 급성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고질적인 식량난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북한매체 보도에 따르면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 일대에 최근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해 800여 세대가 앓고 있다.

가구당 구성원을 최소 3∼4명으로만 잡아도 2천여 명이 감염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 '장내성(腸內性) 질환'이란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등 주로 대변을 통해 감염된 병원체가 장의 점막에 붙어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전염병을 일컫는다.

실제 상황은 북한의 발표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에서는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해 수인성 전염병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넘게 국경을 봉쇄하며 의약품 수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코로나 발생을 공개한 이후 지역 간 이동이 차단돼 장마당을 통한 의약품 유통도 쉽지 않다.

이에 김정은 '로열패밀리'는 개인 의약품까지 풀면서 민심을 다독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해당 지역에 의약품을 전달했고 이튿날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현송월 부부장 등도 역시 가정에서 마련한 의약품을 기부했다.

北 최대 곡창지대 황남서 전염병 창궐…'식량난' 경고음
하지만 농업에서 황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만큼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고질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처럼 인도적 위기를 일으킬 정도로 힘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방역과 농사일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농촌은 불과 몇 주 전까지 모내기 과정에서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북한에서 가뭄을 해소하는 방식은 결국 '인력'을 많이 동원해 물을 퍼다 나르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전염병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 관계자 류영철은 지난 1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농촌에서 도시에 비해 유열자(발열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영농작업에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있는 시기적 특성에 맞게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우기 위한 사업을 힘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 상황을 설명한 것이지만, 정확한 검사 도구가 없는 북한 발열자들 사이에는 코로나 환자와 장티푸스,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 환자가 섞여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北 최대 곡창지대 황남서 전염병 창궐…'식량난' 경고음
그런 북한에서 이제 겨우 비가 내려 김매기 철에 돌입했는데, 급성 전염병이 발생해 노동력 동원을 차단할 경우 농사에 막심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상황을 대내외에 신속히 공개한 것은 주민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부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한 명분 쌓기의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 발생한 질병을 쉬쉬하고 숨기기보다 주민들에게 알리는 게 민심 안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을 수확철 생산량에 심각한 타격이 있으면 중국에서 수입하거나 국제사회에서 비공식적으로 한시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는 '자력갱생' 기조여서 공개적으로 원조를 요청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한다.

北 최대 곡창지대 황남서 전염병 창궐…'식량난' 경고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