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후반기 원(院) 구성을 두고 샅바 싸움을 이어가면서 국회의원은 있지만 국회는 멈춘 ‘개점휴업’ 상태가 2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으면 법제사법위원장을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권한 축소를 협상의 전제로 내세우며 의장단부터 선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 구성도 못 한 유령 국회’에 대한 자성과 함께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나왔다.

이원욱 “의총서 세비 반납 결의하자”

'유령국회' 자성론 꺼낸 野…"세비 반납해야"
이원욱 민주당 의원(사진)은 16일 여야의 원 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는 데 대해 “(의원) 세비는 매일 의원 1인당 42만2369원씩 늘어난다”며 “원 구성도 못 한 유령 국회, 무노동·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SNS를 통해 주장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하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공석인 기간이 오늘까지 무려 18일이다. 도로 위 버스가 18분만 멈춰도 시민들은 지독한 교통 불편을 겪을 것인데, 18일 동안 국회는 멈춰서 있다”며 “민생 경제가 추락하고 있으니 국회를 열고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권성동·박홍근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국민께 부끄럽지 않냐”고 쓴소리를 내놨다. 이어 “선거 때면 일하는 국회와 일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더니, 선거가 끝나고 나니 국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서냐”며 “한 발씩만 양보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국민을 생각한다면 두 걸음도 양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국회의원 세비는 하루 기준 약 42만원으로, 18일간 의원들은 760만원가량을 일하지 않고 받은 셈이 된다. 전체 의원 300명으로 환산하면 약 22억8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세비를 모아 결식아동을 돕거나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에 기부한 바 있다. 2016년 20대 국회 때도 개원이 법정 기한보다 이틀 늦어지자 국민의당이 총대를 메고 소속 의원 38명의 이틀 치 세비 2872만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했다.

법사위원장 양보설도 솔솔

국회는 지난달 30일 0시를 기해 의장단과 상임위원회가 없는 공백 상태다. 원 구성이 지연되는 상황은 여야 모두에 부담이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의장부터 선출해 물꼬를 터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생은 위기고 인사청문회라는 숙제도 있지 않냐. 입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내일이라도 빠르게 본회의를 소집하고 의장부터 선출해 원 구성 협상에 탄력을 붙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속이 끓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겉으로는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않는 민주당 탓이라며 대야 압박을 높이고 있지만, 최근 대내외로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여당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로 시급한 민생 현안을 챙기라는 민심의 명령을 더 이상 묵살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에 원 구성 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박순애(교육)·김승희(복지) 장관 후보자 등 내각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밀리는 상황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급한 대로 이날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자체 검증에 나섰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경제 위기에도 민생을 등한시한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낀 여야가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