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행정입법에 대한 시정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정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와 민주당 반대로 절충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4명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부 장관이 제정하는 행정입법이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요청사항을 처리해 그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현행법은 상임위에 행정입법의 수정·변경 대신 법률 위반 여부 검토권만을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령·총리령의 경우 검토한 결과를 정부에 보내려면 본회의 의결도 필요하다. 조 의원은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할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법 조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20대 국회에서 마련됐다. 당시 유승민(바른미래당)·김현아(자유한국당)·김태년·송옥주·김철민(이상 민주당) 의원 등이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에 시정요구권을 부여하는 취지의 법안을 냈다.

그러자 법제처는 “(과거)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던 쟁점들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발의해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를 들어 반대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도 “행정부와 국회 입법권이 잘 조율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결국 국회는 정세균 민주당 의원안을 기초로 한 절충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정부 반대에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현행법이 만들어진 셈이다.

당시 논의에 참여하고 이번 조 의원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한 민주당 의원은 “그때도 유승민안대로 정부입법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고 속으로 생각은 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의원안에 “당론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권이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데 대해선 반발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위헌을 얘기하는 건 옳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법제처가 반대한 것을 고려해 현재의 국회법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지금 또다시 국회의 시정요구권을 인정하면 위헌 소지는 그대로 남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형주/설지연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