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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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였다. 테라와 루나 코인을 합쳐 51조원이나 됐던 시가총액이 며칠 만에 사실상 '0원'까지 폭락했기 때문이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테라·루나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테라폼랩스 법인 등을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등 협의로 고소에 나섰다.

그러나 현행법 상으로는 이번 사태를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 관련법은 인허가 취득이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가상자산을 ‘자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을 받는 행위도 유사수신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는 내용의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13일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사각지대에 있던 가상자산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도 처벌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가상자산도 유사수신행위 포함' 발의
이 의원이 발의할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은 '예치한 가상자산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가상자산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금전 또는 가상자산을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이 내용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처럼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이 폭락해 대규모 투자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죄로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상자산의 경우 유사수신행위법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이다.

현행 유사수신행위법 제2조에 따르면 금지되는 유사수신행위는 법령에 따른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금 또는 이자 보장 약정을 하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금전을 받으면 유사수신행위가 돼 형사처벌을 받는다. 출자금을 받는 행위, 금전을 받는 행위, 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에서 유사수신행위를 자금의 조달, 즉 금전의 수취 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자금 수령, 사채 발행 등은 금전을 받는 행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만약 불특정 다수로부터 '금전이 아닌 것'을 받으면, 원금·이자 보장 약속을 했더라도 유사수신행위가 성립하기 어렵단 얘기다.
테라-루나 사태 뭐길래
금융당국에 따르면 테라-루나에 투자한 국내 피해자는 약 28만 명에 달하며, 피해액은 수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테라-루나는 2018년께 핀테크 기업 테라폼랩스가 만든 암호화폐다. 한국인 권도형 대표가 만들었다고 해서 '김치코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테라(UST)와 루나(LUNA)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분류된다. 암호화폐가 가진 무가치성과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1코인의 가치가 1달러와 같도록 설계한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한다. 보통 1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1달러를 사서 담보로 보유하는 식으로, 코인 보유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1코인=1달러'로 계산해주게 된다.

그러나 테라의 경우 '1테라=1달러'를 표방하면서도, 달러나 채권을 담보로 하지 않았다. 달러 대신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 팔아 테라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1테라=1달러'가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한다. 루나는 이를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지면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가격을 띄우고, 테라 가격이 1달러보다 오르면 루나를 매입해 테라 가격을 내리는 식으로 조절했다.

또 테라 생태계의 은행 역할을 하는 '앵커 프로토콜'도 만들었다. 테라를 구매해 앵커 프로토콜에 맡기면 이자를 주고, 반대로 이자를 내고 테라를 빌려서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맡길 때 이자는 연 20%, 빌릴 때 내는 대출 이자는 연 12%라, 이를 노린 투자자금이 테라로 몰렸다.

테라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루나 가격도 뛰자 문제가 발생했다. 테라와 루나의 시가총액이 50조원 넘게 커진 가운데 테라 가격이 0.99달러로 내려갔는데 1달러로 회복이 안 된 것이다. 동요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테라 가격은 곤두박질쳐 0.1달러까지 폭락했다. 51조원이 사흘 만에 증발됐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더 많은 돈이 계속 예치되지 않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시스템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각지대 해소"
연 20% 이자 지급을 한 앵커 프로토콜은 얼핏 보면 은행과 유사한 사업구조로 보여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은행법이나 저축은행법 등에 의해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고 약정을 내걸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현행법에서 화폐로 인정을 못 받고 있어서, '자금의 조달' '금전 수취'에도 해당이 안 된다. 일반적으로 금전은 유통되는 화폐, 통화를 의미한다. 대법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정한 민법 제763조, 제394조에서 '금전'의 의미는 우리나라에서의 통화라고 판시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021년 개정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유일하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으로 불리던 것을 ‘가상자산’으로 규정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이기는 하지만 가치 변동성이 커서 화폐로 쓰이기 어렵다는 판단을 담고 있다. 정부에서도 가상자산이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으로 피해자가 발생해도 현행법으로는 사각지대가 있어 처벌이 어려웠다"며 "법안 개정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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