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용산 시대 개막, 북핵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한국경제TV는 경제, 그 중에서도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를 집중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대통령실 출입하는 문성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먼저 미국 측에서 한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망 중립성 원칙' 보장을 넣자고 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막았다고요. 도대체 '망 중립성 원칙'이 뭡니까.

<기자>

'넷플릭스법'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깔아놓은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망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하자는 법입니다.

'망 중립성 원칙'은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특정 콘텐츠나 인터넷 기업을 차별·차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거든요.

다시 말해 미국이 자국기업인 넷플릭스를 보호하기 위해 '넷플릭스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무력화하려고 한 것입니다.

<앵커>

한미정상회담의 한국측 성과라고 볼 수 있겠는데, 미국은 기업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왜 이렇게까지 나선 겁니까.

<기자>

미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넷플릭스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 넷플릭스 유료회원은 전분기보다 20만명이나 줄었습니다.

유료회원 감소는 11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는 지난달 북미 전체 직원의 2% 수준인 150명을 정리해고 했는데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이슈이죠.

여기에 한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넷플릭스법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 넷플릭스 경영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죠.

<앵커>

다음은 '철강업계 숙원'인 철강쿼터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미국 측이 선물로 철강쿼터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정작 이런 내용이 합의문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알려지지 않은 희망적인 내용이 있다고요.

<기자>

철강쿼터제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게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의미하는데, 특정 수입품이 자국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미국 대통령이 수입량을 제한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법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연간 대미 수출 물량이 2015~2017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인 263만톤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 그리고 철강업계는 꾸준히 철강쿼터제 폐지 또는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은 재협상 조차 거부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폐지 및 개선 협의의 물꼬를 트게 됐습니다.

정상회담에서 개선 및 폐지를 합의하진 못했지만, 양측이 협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겁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언제쯤부터 협의가 시작되는 겁니까.

<기자>

오는 11월 이후가 유력합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 달에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있거든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전향적으로 한국 측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협정문에 (무역확장법 232조) 못을 박기는 (미국 내)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때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자국 철강업계 눈치를 봐야해 협의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선거 이후에는 기술 이전 등의 문제를 포함해 한미 철강분야 협력 방안을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IPEF와 관련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IPEF 참여를 공식화했는데요.

IPEF가 무엇이고, 여기에 참여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IPEF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 지역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이른바 반중 포위망을 만드는 것인데요.

한국 정부가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 중심의 IPEF 출범에 한국이 큰 역할을 했다고요.

<기자>

당초 미국 측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등 8개국 정도가 IPEF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4개국이나 가입했거든요.

특히, 아세안 회원국 10개 나라 가운데 7개 나라가 참여를 결정한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미국 측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아세안 7개 나라가 IPEF 참여를 결정하는 데 한국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세안 7개국을 대상으로) 'IPEF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데 같이 동참해서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냐' 이런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데 한국이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IPEF는 인구 25억명에 GDP 전세계 40.9%를 차지하는 대규모 협의체로 출범할 수 있게 됐죠.

다만, 미국 중심의 반중(反中) 공급망 전선인 IPEF에 한국이 단순 참여를 넘어 외연 확장에 기여한 셈이어서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문성필기자 munsp33@wowtv.co.kr
[단독] '넷플릭스법' 지키고, 아세안 영향력 키웠다[한미정상회담 막전막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