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천안함 희생자인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왼쪽)와 함께 고인의 사진을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천안함 희생자인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왼쪽)와 함께 고인의 사진을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친기업(비즈니스 프렌들리)과 소통을 위한 파격의 연속이었다. 정치와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당초 우려와 달리 빠른 속도로 국정 운영의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초기 행보는 과거 대통령들과 다르다. 집무실 이전으로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현안을 놓고 즉문즉답하는 게 일상화하고 있다. 기업인들과 스스럼없이 만나는 등 경제계와의 접촉면도 넓어졌다. 주말엔 부인 김건희 여사와 나들이를 즐기고, 점심시간에 주변 식당에서 참모들과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일상화한 출근길 즉문즉답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12번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가졌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 있던 시절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민감한 현안도 피하지 않는다. 지난달 11일 첫 출근길에선 ‘취임사에 통합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이라고 답했다. 지난 8일 검찰 편중 인사를 지적하는 질문엔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정부 소속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즉흥적으로 하다 보니 말에 실수가 있는 것 같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국정 현안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진솔하게 대답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거침없는 친기업 행보

親기업·소통 확대…尹 취임 한달, 파격 또 파격
경제계 인사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진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과 다섯 차례(대통령 취임식·취임식 만찬, 평택 반도체캠퍼스 방문, 한·미 정상회담 만찬, 중소기업인대회) 만났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당선인 시절 네 차례, 취임 후 네 차례 만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간 10대 그룹 총수뿐 아니라 경제단체장들과도 만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와 고용으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국내 주요 그룹 10곳이 발표한 투자 총액만 1000조원을 웃돌았다. 이런 투자 계획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제는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 달의 화두는 ‘자유’와 ‘경제’

윤 대통령이 취임 한 달간 던진 화두는 ‘자유’와 ‘경제’였다. 한국경제신문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달 9일까지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와 각종 공식 행사의 대통령 모두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국민(99회) 자유(79) 경제(79) 등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핵심 철학으로 거론되는 ‘자유’는 공식 발언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왔다. 지난달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주의”라고 말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서는 “5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엔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총 여섯 차례의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 중 물가·민생 문제를 다섯 차례 언급했다.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은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5월 13일)였다. 최근 들어선 반도체산업의 규제 완화 등 첨단산업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인재 양성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