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이 꾸려진다. “회원을 두지 않고 국민의힘 의원이면 누구든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세력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 30여 명은 오는 15일 관련 모임을 발족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총괄보좌역을 맡았던 이철규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에게 보낸 제안서에서 “국정현안에 대한 정책 및 정보 공유와 소통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집권여당 의원들이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도록 하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름은 민들레회로 ‘민심 만들어 볼레(래)’의 약자다. 월 1회 조찬 형식으로 이뤄진다. 전문가와 정치 원로는 물론, 수석비서관 및 장·차관 등 대통령실과 정부 주요 각료도 참석해 정책 현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국정철학과 정책 정보를 공유하고, 의원들은 민심과 여론 동향을 전달한다.

민들레회는 당선인 비서실장 출신인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김정재 송석준 이용호 배현진 의원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중심이 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마다 별도 주제가 정해지면 정부 및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발제를 담당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초청돼 강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임에 정부 각료가 나와 국정현안을 적극 설명했다”며 “민들레회 역시 비슷한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참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주도 인사가 인수위 출신 친윤계 의원들인 만큼 본격적인 친윤 세력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공부모임을 꾸리며 세를 규합하는 시점에 친윤 측이 늦기 전에 세몰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치권 내 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그룹 모임인 ‘부엉이모임’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선 당시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정책 이해를 위한 공부모임 성격으로 정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준석 대표는 “세 과시하듯 총리나 장관의 모임 참석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정부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며 “‘친박(친박근혜)’과 ‘진박(진짜친박)’이 다툼을 벌이며 정권을 잃는 것을 지켜봤던 지지자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안이 와서 응했을 뿐 모임을 주도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의원 누구나 참여 가능한 순수 공부모임으로 친윤 세력화 목적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노경목/맹진규/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