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뉴스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경기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경기도 내 집값이 높은 지역에선 김은혜 전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의 지지세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일부 지역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섰다. 보유세 부담 증가 등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향한 ‘반대표’라는 해석과 함께 ‘부동산 계급 투표’가 경기권 선거에서도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상위 1~3위 김은혜 지지 높아

경기지사 득표율 따져보니…"집값 비쌀수록 국힘 지지" [양길성의 여의도줌인]
6일 한국경제신문이 경기 내 시·군·구 33곳의 3.3㎡당 평균 아파트값과 경기지사 득표율을 비교한 결과 집값이 비싼 상위 1~3위 지역(지난 4월 한국부동산원 기준)에서 모두 김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과천(3.3㎡당 6761만원)은 김 후보 득표율이 54.4%로 김 당선인(42.8%)보다 11.6%포인트 높았다. 2017년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만해도 과천에선 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그러다 2020년 총선에서 과천 유권자들은 당시 신계용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지며 보수당 우세 성향을 드러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과천의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57.8%)은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39.2%)보다 더 높았다.
집값 상위 2위인 성남(4617만원)에서는 김 후보가 49.4% 득표를 얻어 김 당선인(48.5%)을 0.9%포인트 앞섰다.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에서는 김 당선인 득표율이 더 높았지만, 판교·분당신도시가 있는 분당구에선 김 후보(56.4%)가 김 당선인(41.8%)보다 15%포인트가량 더 많은 표를 받았다.

3위인 하남(4146만원)의 김 후보 득표율은 50.5%로 김 당선인(47.9%)보다 2.6%포인트 높다. 하남시에는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촌이 모여 있다. 반면 집값 상위 4위인 광명(3868만원)과 5위인 의왕(3281만원)은 김 당선인의 득표율이 더 높았다. 두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광명에선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반면 동두천, 평택, 안성, 이천, 포천, 여주는 매매가격이나 상승률에 관계없이 보수정당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데다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적은 경기 외곽지역인 탓에 이 같은 성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지사 득표율 따져보니…"집값 비쌀수록 국힘 지지" [양길성의 여의도줌인]

민주 텃밭이던 구리·용인도 국힘 지지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에서도 보수정당으로 지지 방향을 돌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구리는 최근 5년 간(2017년 4월~지난 4월) 아파트값이 62.4% 급등했다. 이곳에서 김 후보 득표율은 49.4%로 김 당선인(48.8%)보다 소폭 높았다.

구리는 윤호중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선을 할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이다. 지난 20대 대선을 비롯해 2020년 총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이겨 왔다.

통상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용인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아파트값이 48.2% 오른 용인에서 김 후보 득표율(52.1%)이 김 당선인(46.7%)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흥구를 제외한 처인구와 수지구에서 김 후보 지지세가 두드려졌다. 이중 수지구는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용인에서 유일하게 윤 대통령의 득표율이 높았던 곳이다.

㎡당 100만원 비쌀수록 보수당 득표 1.7%포인트 높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연구진이 3월 발표한 ‘자산과 투표 선택 :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보면, ㎡당 아파트 매매가가 높은 지역일수록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성향이 강했다.

연구진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지난해 4·7 보궐선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보궐선거의 경우 ㎡당 평균 매매가가 100만원 높을수록 보수정당의 득표율은 1.73%포인트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계열 정당의 득표율은 0.68%포인트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부동산 등 자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객관적인 경제 수준에 따라 정치적 태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