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주일째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29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임기 종료와 함께 공석이 된 국회의장단 및 18개 상임위원장 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어서다. 당장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를 비롯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6·1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공백 사태까지 겹치며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김창기 후보자와 관련된 인사청문 준비 절차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통상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상임위원장 임기 만료로 개별 상임위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문회를 여는 것도 가능하지만 관련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달려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김진표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지만, 본회의를 통한 정식 선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인사청문 특위 구성도 불가능하다.

지난달 16일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로 넘어온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기한(20일)은 이달 4일까지였다. 앞으로 열흘간 국회 동의가 없으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한은 각각 오는 18일과 19일로 약 2주 남았다.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한도 18일까지다.

국회의장 선출과 상임위 구성을 위해 필요한 여야 간 협상은 민주당의 지도부 공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지방선거 이후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원 구성 협상이 민주당 지도부 공백 사태로 지연되고 있다”며 “7일 이후에나 협의를 위한 일정 조율 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일 사임한 지도부를 대신해 이번주 새 비대위를 꾸린다는 계획이지만 계파 갈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악의 경우 8월에 있을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국회 공백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편에서는 지지율 하락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박홍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원 구성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선 인사청문 정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문제가 불거진 김승희 후보자 등이 국회 공백을 이유로 인사청문 절차 없이 임명되면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관건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 것인지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을 어떻게 좁히는지다. 법사위원장은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사실상 최종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해 7월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대선 패배 후 “새 원내대표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국민의힘은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국회의장 선출 비협조로 맞서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3일 SNS에 “민주당의 오만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법사위 장악을 통한 입법 폭주”라며 “민주당이 진정으로 혁신하고 싶다면 법사위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지방선거도 패배한 가운데 법사위원장까지 내주면 2024년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이유정/양길성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