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기조실장엔 '김여사 변호인' 알려진 조상준…대통령실 "보은 아냐"
野 "검찰의 권력기관 장악 완결"…대통령실 "文정부 첫 기조실장도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차관급 추가 인선을 단행한 가운데 검찰 출신 인사들이 권력기관 요직에 배치됐다.

'같이 일해본 사람 중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쓴다'는 윤 대통령의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검찰의 권력기관 장악 완결"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원 기조실장도 검찰 출신 인사였다며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총리실에도 검찰 전진배치…대통령실 "경험·능력 봐"(종합)
윤 대통령은 이날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임명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조직과 인사, 예산을 관장한다.

특히 비공식 예산까지 더하면 1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예산을 관리하면서 국정원 내 2인자로까지 불리는 요직이다.

역대 기조실장을 보면 최고 통치권자의 측근들이 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 실장도 윤 대통령의 검찰라인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때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당시 윤 총장을 보좌했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관련 수사를 받는 김건희 여사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쌓아온 조 실장을 기용함으로써 '일류 정보기관'을 지향하는 국정원 개혁에도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도 검찰 출신으로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활동한 박성근 변호사가 낙점됐다.

이는 최근 두드러진 검찰 출신 인사의 발탁 흐름과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측근인 한동훈 전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데 이어 차관에는 측근인 이노공 전 성남지청장을 임명했다.

대통령실에도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주진우 법률비서관·복두규 인사기획관·이원모 인사비서관·윤재순 총무비서관·강의구 부속실장 등 검찰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본인이 검사로 재직할 당시 손발을 맞춰본 검사·수사관 중에서 중용하는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선이 다방면의 경험과 능력을 평가한 결과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은 법무부와 대검에 있었고 인사기획, 국제형사 업무를 했고 청와대와 방위사업청 근무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주요 업무에 대해 시야가 넓고 대외조정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분이라는 점에서 발탁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조 실장이 김 여사의 과거 변호인으로 알려진 것과 인선을 연결 짓는 데 대해 "(국정원 기조실장은) 보은 인사를 하면 안 되는 자리다.

내부 단속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검찰 출신 인선이 무리로 보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경험이 다양하다.

국무조정실, 국가정보원, 공정거래위원회 파견 근무한 경험이 있다.

검사이지만 여러 분야에서 많이 일했기에 그런 경험을 높이 평가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박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선 한덕수 총리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권력 기관이 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며 "우리나라에 쓸 만한 인재는 검사들밖에 없냐"고 맹공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검찰의 권력기관 장악 완결을 선언했다.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해 검찰공화국을 향한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첫 국정원 기조실장이었던 신현수 변호사 역시 검사 출신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재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런 전례가 있음에도 민주당이 검찰공화국 운운하는 것은 과도한 끼워맞추기식 비판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한덕수 총리가 노무현 정부 총리이던 2007∼2009년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함께 일한 점을 언급하며 그러한 배경이 인선에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