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분류돼온 호남(광주·전남·전북)에서 민심 이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명의 무소속 기초단체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명이 호남에서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이 호남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고, 광주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을 보이며 민주당의 지역 장악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 당선된 무소속 17명 가운데 58%가 호남에서 나왔다. 전남에서는 노관규 순천시장, 정인화 광양시장, 박홍률 목포시장 등 총 7명이, 전북에서는 황인홍 무주군수와 심민 임실군수, 최영일 순창군수가 무소속 신분으로 당선됐다.

무소속 바람은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더욱 선명하다. 당시 호남 지역 무소속 기초단체장은 7명이었다. 특히 전남은 5개 시 단위 지자체 가운데 3개가 무소속 후보에게 넘어가며 김영록 전남지사 도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의 투표율에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광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37.7%의 투표율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전국 평균(50.9%)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호남 지역 민심이 심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의 광주지역 투표율은 81.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중 84.8%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지지를 보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호남 민심 사이의 균열을 파고들어 지역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가 15.9%를 득표해 역대 보수정당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도 18.8%를 득표해 두 후보 모두 선거비용을 보전받게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호남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지한 노력은 내년 4월 전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평가받을 것”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 이겨 보이겠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