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총사퇴할듯…수습 맡을 리더십 없는 '진공상태' 불가피
조기 전당대회 거론되나 친문·친명 갈등 폭발 우려…'쇄신 비대위' 주장도
[6·1 지방선거] 민주, 격랑 속으로…계파갈등 전면화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로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선 3·9 대선 석패 이후 지방선거를 이유로 원인 분석과 쇄신 과제를 미뤄뒀다가 '2연타'를 맞은 터라 충격파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전당대회까지 목전에 다가오면서 당 쇄신 방향 논쟁과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파워게임이 포개져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혼란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을 수습할 리더십이 사라진 진공 상태에서 수면 위를 넘나들던 친문계와 이재명계 사이의 계파 갈등이 전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대선 이후 당을 이끌어온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거쳐 총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선 패배로 비대위 체제를 운영해온 데다, 8월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때까지 '관리형'으로 비대위를 유지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종의 '질서 있는 수습론'이다.

그러나 대선에 이어 2연패를 하고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도부 총사퇴 불가피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간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지도부의 혼란상이 선거 판세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윤 위원장 역시 선거 전날인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이 기대했던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충분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지도부가 많은 후보들에게 부담을 드렸던 점에 대해 저희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6·1 지방선거] 민주, 격랑 속으로…계파갈등 전면화 우려도
문제는 그 이후다.

이미 한번 꾸려진 비대위가 약 3개월 만에 흔들리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앞선 대선 패배 직후에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지도부가 총사퇴하되 윤호중 원내대표는 남아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같은 방식으로 박홍근 원내대표가 비상 지휘봉을 잡는 형태는 당내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쇄신하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왔는데 또 그래서는 안 된다"며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아 임시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당내에서는 8월 전당대회를 7월로 앞당겨 치르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려 임시 지도부 역할까지 맡긴 뒤 전당대회를 빨리 열어 새 리더십을 세우고 쇄신 방향을 정리하자는 아이디어다.

다만 조기 전당대회를 연다고 해도 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상황을 수습하기도 전에 당권 경쟁에만 불이 붙으면서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6·1 지방선거] 민주, 격랑 속으로…계파갈등 전면화 우려도
대선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이재명 상임고문의 전당대회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이 상임고문이 당권을 장악, 이재명계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당을 쇄신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을 준비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를 중심으로 이 상임고문의 '명분 없는 조기 등판'이 지방선거를 더 어렵게 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전당대회에서 친문계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등에서도 후보를 내 이 상임고문과 경쟁이 붙을 경우 당내 파워게임이 당권 다툼 속에 극단적인 계파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지방선거 이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준비보다는 대선 직후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아예 전당대회를 연말께로 미루고 '쇄신 비대위'를 제대로 세우자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당권 다툼으로 가면 망가질 뿐"이라며 "당권 욕심이 없는 사람이 구원투수로 나서거나, 아니면 외부 인사를 수혈해 집단 지도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경우 당의 혁신을 맡길 만한 외부 인사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이에 계파색이 옅은 당의 원로급 인사들에게 새로 비대위를 맡기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이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인 '비상 대권'을 수락할지,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이런 방식에 동의할지 등 변수가 많다.

결국 반성과 쇄신을 이끌 리더십을 언제, 어떻게 세우느냐를 놓고서도 당분간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