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대선 이어 존재감 부각 실패한 정의당
지난 대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은 6·1 지방선거에서도 사실상 양당제인 정치 현실을 넘지 못하고 존재감 부각에 실패했다.

함께 다당제를 추구해온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이 지난달 국민의힘에 흡수 합당되면서 거대 양당 중심 선거 양상이 한층 더 뚜렷해진 결과란 분석이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에 서울·경기·인천·대구·부산·경남·광주 등 7곳에만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여영국 당 대표는 총 33.76% 개표된 1일 밤 현재 4.14%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쳐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처져있다.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는 개표율 15.83%인 상황에서 1.11%의 득표율을, 이정미 인천시장 후보는 32%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2.75%를 얻어 당선권과 거리가 멀다.

7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에는 후보자조차 내지 못했다.

기초단체장 선거구 226곳 중에는 9곳에만 후보자를 냈지만 모두 전망이 어둡다.

정의당이 현실적 목표로 삼았던 현역 광역·기초의원들의 재당선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상정 전 대표가 20대 대선에서 2.4%의 득표율로 초라하게 선거를 마무리한 뒤 또다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정의당은 소수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됐다.

더욱이 진보 성향 지지세가 뚜렷한 호남에서도 광역·기초 비례대표 득표율이 국민의힘에 뒤처졌다는 결과는 당의 존립 목적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뼈아픈 지점이다.

정의당의 패인으로는 이번 지방선거가 0.73% 차이로 1·2위가 갈린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 후 3달 만에 치러졌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안정론 대 견제론' 프레임이 짜였고, 이에 유권자들이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결집해 군소정당의 지지도가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의당으로서는 최근 당내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정의당 활동 당시 당내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악재를 더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정의당은 새로운 진보 정치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심상정 의원을 뒤이을 당내 스타가 없다는 고질적인 '인물 부재론'과 대중정당으로서의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정의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의당 배진교 상임선대위원장은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진보정당이 가야 할 길과 국민의 마음을 얻을 길에 대해 성찰해야 할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 평가를 근거로 국민에게 더 다가가는 진보정당으로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외 군소정당들도 괄목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는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서울시장에 두 번째 도전했지만, 당선권과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기본소득당은 서울 외에도 네 곳에 시장·도지사 후보를 배출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은 통영시장과 전국 기초의원 등에 총 8명의 후보자를 냈지만 모두 미미한 득표율로 선거를 마쳤다.

178명의 후보를 낸 진보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밖에 시대전환, 통일한국당, 미래당, 기독당 등 15여개의 군소정당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대부분 기초의원 선거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