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선 “예상했던 결과”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치러져 가뜩이나 야당에 불리한 구도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당내 성 비위 사건, 지도부 내홍 등이 잇따르면서 중도층은 물론 기존 지지층마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반성도,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도 없이 ‘정권 견제론’을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 패배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EP(KBS MBC SBS) 공동 출구(예측)조사에서 민주당은 대승을 거뒀던 2018년 지방선거와 정반대 성적표를 받았다.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텃밭으로 분류되는 호남(광주·전북·전남)과 제주 등 4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경기·세종·대전은 오차범위 내 접전이기는 하지만 밀리고 있다. 보수 텃밭인 경남·부산·울산까지 거머쥐며 모든 정당을 포함해 역대 최대 승리(14곳)를 거둔 지 4년 만에 최소 7곳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호남 텃밭 3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던 2006년(4회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의 참패다.

이번 결과는 민주당이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국정 지지율, 정당 지지율 등의 환경이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았다. 5월 첫 주 기준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 긍정 평가는 윤석열 당시 당선인보다(45% 대 41%, 한국갤럽) 높았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5년과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및 쇄신의 부재 △다수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 국회 운영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와 그에 따른 내부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3개월간 대선 패배 정당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행보를 보였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위로하며,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에 대한 징계 시기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와 제명 사태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름 빼고 다 바꾸겠다”던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 ‘대선 패장’ 이재명·송영길 두 후보를 선거에 다시 내보냈다.

사과와 쇄신의 목소리는 강성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묻혔다. 선거 1주일 전에야 나온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론도 외부에선 진정성을 의심받고 당내에선 ‘내부 총질’이라는 갈등만 촉발했다. 이 와중에도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이미 대선에서 심판받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한 야당’을 표방했지만 인사청문회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다는 평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