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6년 만에 참패…쇄신 외면에 지지층 등 돌려
검수완박 입법강행 등 논란 야기
KEP(KBS MBC SBS) 공동 출구(예측)조사에서 민주당은 대승을 거뒀던 2018년 지방선거와 정반대 성적표를 받았다.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텃밭으로 분류되는 호남(광주·전북·전남)과 제주 등 4곳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경기·세종·대전은 오차범위 내 접전이기는 하지만 밀리고 있다. 보수 텃밭인 경남·부산·울산까지 거머쥐며 모든 정당을 포함해 역대 최대 승리(14곳)를 거둔 지 4년 만에 최소 7곳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호남 텃밭 3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던 2006년(4회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의 참패다.
이번 결과는 민주당이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달 전만 해도 국정 지지율, 정당 지지율 등의 환경이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았다. 5월 첫 주 기준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무 긍정 평가는 윤석열 당시 당선인보다(45% 대 41%, 한국갤럽) 높았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5년과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및 쇄신의 부재 △다수 의석을 앞세운 일방적 국회 운영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와 그에 따른 내부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3개월간 대선 패배 정당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행보를 보였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위로하며,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에 대한 징계 시기와 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3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와 제명 사태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름 빼고 다 바꾸겠다”던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 ‘대선 패장’ 이재명·송영길 두 후보를 선거에 다시 내보냈다.
사과와 쇄신의 목소리는 강성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묻혔다. 선거 1주일 전에야 나온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쇄신론도 외부에선 진정성을 의심받고 당내에선 ‘내부 총질’이라는 갈등만 촉발했다. 이 와중에도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은 이미 대선에서 심판받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한 야당’을 표방했지만 인사청문회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도 없었다는 평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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