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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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꺼내든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6·1 지방선거 국면 막판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주도 관광 산업이 위축될 우려를 제기하는 등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갈라치기에 나서고 있다고 응수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굳이 이 공약을 꺼내들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대전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현장회의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수직 이착륙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대형 여객기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지난 대선 때 기축통화를 운운하던 경제적 허언증이 이제는 교통 분야로 전파됐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지사 후보, 부양일 국민의힘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비판했다.

부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해 '제주완박(제주도 경제 완전 박살)' 공약 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제주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완전히 '제주패싱'해서 공약을 냈다"며 "그동안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니 민주당이 오만해져서 (이 같은) 공약을 냈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도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투표를 앞두고 급조된 두 후보의 졸속 공약"이라며 "(김포공항 이전 이슈가) 선거 막바지에 다른 중요한 정책적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켜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포공항을 없앤다고 하는데, 동탄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는 김포공항 직행버스를 신설하겠다고 한다"며 "돌출행동을 하는 후보 하나 때문에 민주당 후보 여럿이 골치 아플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갈라치기'를 하며 해당 공약을 정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이재명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포공항 이전이 제주관광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라며 "김포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제주 관광에 악영향이라니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인가"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이처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하다. 특히 제주도 지역 의원들은 물론 다른 지역의 당내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너무 급작스럽게 이번 공약을 들고나온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자칫 제주 지역 선거뿐 아니라 전국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민석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BBS라디오에 나와 "해당 공약은 대선 당시 논의가 됐으나 적절치 않다고 정리됐던 사안"이라며 "송영길 후보도 입장이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공약 제시도) 어떻게 보면 너무 과하게 띄운 것"이라며 "이에 대해 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선 당시 송영길 후보가 매우 강하게 밀었고 이재명 후보도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며 "저는 여러 가지로 분석해 이건 안된다고 얘기했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중앙당 공약은 아니다. 한 개 지역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며 차차 판단할 일"이라며 전날에 이어 선을 그었다.

송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공약 단계이고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당연히 수도권 충청 호남 제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정부의 협조를 얻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졸속 이전처럼 독단적이고 졸속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오영훈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당선되면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