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주재했다.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 세종시를 여러 차례 찾았는데 첫 방문 날이 국회 운영위에서 세종의사당 설치 법안이 통과된 날로 기억한다"면서 "첫 국무회의도 세종시 국무회의장에서 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이어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자주 이곳 세종에서 국무위원 여러분과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하겠다"며 "한덕수 총리를 중심으로 국무위원들이 원팀이 돼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일해주기를 거듭 당부드린다"고 했다.아울러 윤 대통령은 "오늘 회의에서는 '새 정부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보고자 한다"면서 "제가 인수위에서 새 정부는 지방시대를 중요 모토로 삼아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꼽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우리 국민 모두는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면서 "이것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의 가치이기도 하다. 지방시대는 인구 절벽의 해법이기도 한만큼 중장기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국가 전체 차원에서 균형발전에 대한 비전과 안목을 가지고 국무위원 여러분께서 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회의 뒤 세종청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야구 방망이를 선물 받은 뒤에는 휘두르는 자세를 취하거나 권투장갑을 선물 받고는 어퍼컷 세리머니도 선보였다.점심은 MZ 세대 공무원 30여명과 했다.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가 펴낸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는 책자를 보다가 ‘건배사’ 관련 내용이 나오자 "건배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건배사를 하면 술 마실 시간이 줄잖아"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윤 대통령의 술자리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이다. 출근을 몇시에 하는지 퇴근은 언제인지 등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 청사에 도착해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도 신선함을 주고 있다.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상승한 것은 매일 언론과 약식 기자회견을 하며 자연스럽게 매일 포털 뉴스사이트를 장식하는 것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윤 정부 내각 인사, 외교 등 관련 대통령의 생각이 국민들에게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규제 혁파!”26일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빨간색 권투글러브를 낀 팔을 힘껏 치켜올리면서 이렇게 외쳤다. 국무조정실 한 직원으로부터 글러브를 선물받고, 함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글러브를 끼면서 “이거 하니까 선거운동하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홍수환 씨로부터 비슷한 글러브를 선물받은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팔을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며 “경제조정실 파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尹 “임명장 좀 잘 쓸걸” 말에 웃음 터져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세종을 방문했다. 대선 당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는 세종에서 열겠다’고 한 만큼 정식 국무회의를 이날 세종청사에서 개최했다.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후보자가 발표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외한 16개 부서 장관이 모두 참석했다. 임명장 수여식이 끝나고 윤 대통령이 아쉬운 듯 “임명장에 이름 좀 잘 쓸걸”이라고 말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전체 사진을 찍기 전 참석자들이 경직된 표정을 짓자 윤 대통령은 “선거라면 웃음이 그냥 나올걸”이라고 다시 농담을 던졌고,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국정운영 홈런 치시라” 야구방망이 선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 청사를 돌면서 직원들을 만났다. 국무조정실 기획총괄정책관실 문을 열자 직원들이 촛불을 꽂은 케이크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윤 대통령을 맞았다. 윤 대통령은 방망이를 한 번 휘둘러보고는 “감사하다”고 했다. 방망이를 선물한 직원은 “(윤 대통령이) 야구를 좋아하신다고 들었다”며 “국정운영 홈런을 치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점심은 2030세대 공무원들과 함께했다. 낮 12시께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 공직자 대통령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6개 테이블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모두발언에선 “정부를 인수하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여러분을 보니까 걱정 안 하고 다리 쭉 뻗고 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소신껏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제가 밀어드리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는 이런 손님들을 배에 잘 모시고 아주 즐겁고 안전하게 멋진 항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책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를 선물 받기도 했다. 각 부처 1990년대생 직원들이 자신의 직무상 경험을 수기로 작성해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책이다. 윤 대통령은 책을 살펴보다 ‘건배사’ 부분을 발견한 뒤 “난 건배사는 별로 안 좋아해. 건배사를 하면 술 마실 시간이 줄잖아”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국민통합위 설치 규정 의결 이날 국무회의에선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국민통합위원회 설치를 위한 국민통합위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을 의결했다. 국민통합위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되는 첫 번째 위원회로, 초대 위원장으로는 김한길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오후엔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방역에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정치 논리가 전문가의 의견이나 과학적 접근에 우선하지 않도록 저희도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세 명의 장·차관에 모두 여성을 발탁하자 정치권 등에선 “새 정부 인사 기준과 원칙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실력주의 인사 원칙을 내세우며 성별, 지역 등에 따른 안배를 크게 고려하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인사를 계기로 향후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장 인선에서 능력뿐 아니라 성별, 지역, 출신 학교 등을 적극 고려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성 장관 5명으로 늘어박순애·김승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18개 부처 중 5개 부처(28%) 장관이 여성으로 채워진다. 문재인 정부 첫 조각 당시(5명)와 같은 비율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에 앞서 참모들에게 “남은 부처 장·차관을 임명할 때 여성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정 없으면 그때 남성으로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직 인사에 여성들이 홀대받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정부 내에선 윤 대통령의 인사 참모들이 성별뿐 아니라 지역, 대학 안배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군 수뇌부 인사를 통해 대장 7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출신 지역을 서울, 경북(2명), 전북, 부산(2명), 충남 등으로 안배했다.이런 기조는 출범 직후 내각과 비서실 인선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역·여성 할당을 인사 원칙에서 배제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민을 제대로 모시려면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 식으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새 정부 출범 전후 단행된 내각과 비서실 인선에선 서울대, 50대, 남성 위주의 인사 특징이 드러나면서 ‘서오남’이라는 조어가 나오기도 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대 출신 인사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인사가 많이 남아 있는데, 그런 지적을 소화해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때부터 변화 조짐인사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이다. 당시 외신 기자가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남자만 있다”며 “남녀평등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느냐”고 돌발 질문을 하자,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무관한 질문인데도 “(여성들에게)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24일 국회의장단을 대통령실로 초청한 자리에서도 ‘내각 인선 과정에 여성이 소외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았다”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이런 변화에 대해 관가에선 인재풀이 넓어지고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다. 다만 일부에선 여성이나 지역 할당을 하는 과정에 인사를 서둘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교육 행정에 전혀 경험이 없는 박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박 후보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을 맡아 조각 당시엔 행정안전부나 환경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었다.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