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단독 환담을 마친 후 벽에 걸린 김현우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단독 환담을 마친 후 벽에 걸린 김현우 작가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 그림을 보고 기술 동맹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씨(픽셀 킴)의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이다.

24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단독 환담을 마치고 5층 집무실에 걸려 있던 이 그림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김 씨가 2019년 그린 이 그림에는 파란색, 주황색, 노란색 등 원색 바탕에 각종 수학 공식들이 빼곡히 그려져있다.

윤 대통령은 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미국이 원전·반도체 기술 초창기 당시 기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원천 기술과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원천기술의 근본은 수학이다. 이런 원천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잘 해 나가자"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 역시 웃으면서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 그림을 대통령 집무실에 걸어둔 것은 원천 기술 협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고, 소수자 정책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장애인 정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씨(픽셀 킴)이 2019년 그린 그림 '퍼시잭슨 수학드로잉'. 1167x910, 캔버스에 펜과 유화. 김 작가 홈페이지
발달장애 화가 김현우씨(픽셀 킴)이 2019년 그린 그림 '퍼시잭슨 수학드로잉'. 1167x910, 캔버스에 펜과 유화. 김 작가 홈페이지
윤 대통령이 처음 김 작가의 '수학시리즈'를 구입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나 잠행하던 무렵,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같이 몸 담았던 한 서기관이자 김 작가의 부친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전시회에서 한 시간 가까이 김 작가의 '바다모래 수학드로잉'을 관람한 뒤 구매를 결정했다.

발달장애인인 김 작가는 학교에서 수학 수업을 들으면서 수업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칠판에 그려진 공식들을 그림으로 인식했고 이를 '수학드로잉' 시리즈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 '바다모래 수학드로잉'을 서초동 자택에 걸어둔 사실이 지난해 9월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5일 대통령실에 국민희망대표 20인을 불러 '퍼시잭슨 수학드로잉'을 구매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이것은 최근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자택에 김현우 작가가 그린 '바다모래 수학드로잉' 그림이 걸려있다. 방송 프로그램 캡쳐
윤석열 대통령 자택에 김현우 작가가 그린 '바다모래 수학드로잉' 그림이 걸려있다. 방송 프로그램 캡쳐
윤 대통령은 '수학드로잉' 시리즈를 지난해 5월 방문했던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한 이후 그림을 기증하려고 했으나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 수도 있어 당선된 이후에 기증했다"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나 미국이 반도체 기술에서 최고가 된 것은 바로 수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