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박지현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 고개 숙인 박지현 >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병언 기자
6·1 지방선거를 8일 앞둔 24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과드린다”며 자성을 외쳤다. 불리한 판세를 뒤집으려는 시도지만,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박 위원장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선을 그었고,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며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견은 당내 성 비위 사건 등에 대한 본인의 비판 의견에 일부 의원과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개혁론’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게 박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다. 정말 면목이 없다”며 “민주당 후보들에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며 11초간 허리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86그룹 용퇴론’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번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박 위원장의 ‘반성 메시지’에 대해 당내에선 온도 차가 감지됐다. 윤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대해 “지도부와 논의된 적은 없다”며 “선대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재명 위원장은 민주당의 반성·쇄신 필요성이라는 대의 차원에선 공감하면서도 “그 밖에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의 자성론을 두고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졌다.

박 위원장은 최근 박완주 최강욱 의원 등의 성추문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 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 여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들은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거나 근조(謹弔) 화환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