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까지 국방상호조달협정 경제성 조사…'잠식우려' 분야도 분석
체결시 선진국 수출 교두보 기대…美와 수준격차 우려 '속도조절' 견해도
이종섭 "한미 국방FTA, 국익 최우선 고려"…정부, 연구용역 착수(종합)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RDP) 체결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이미 내부적으로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는 지난달부터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MOU) 경제성 및 산업영향성 분석'이라는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다.

국기연은 입찰공고 당시 제안요청서에 "대미 방산수출 확대를 위해 RDP 체결을 통한 상호 시장개방 필요성이 화두가 됨에 따라, 협정 체결 시 국내 방위산업의 영향성 및 기회·위협 식별, 정책방향 결정 지원을 위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용역 기간은 오는 7월까지로, 방사청의 요청에 따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RDP 체결 필요성이 그간 꾸준히 제기된 데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RDP 체결이 포함된 점을 고려해 한발 앞서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RDP는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국방 분야의 FTA라고 불린다.

미국은 현재 무기 도입 사업 시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수출 희망 업체에 대해 '미국산 우선 구매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원가의 55% 이상을 미국산 부품비로 채우도록 하는 제도로, 55%를 넘지 않으면 수출원가에 50%가량 '할증'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단 RDP 체결국에 한해서는 미 국방부가 자국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제도에서 규정하는 비율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할증'을 피할 수 있다고 방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우선 구매제도 적용 비율을 55%에서 점진적으로 확대, 오는 2029년까지 7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RDP 체결국이 아닌 경우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사실상 미국 시장 진출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국방상호조달협정에 대한 논의 개시를 포함해 국방 부문 공급망, 공동 개발, 제조와 같은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논의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 사이에서는 한미 정상 간 합의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제외한 일본, 호주, 영국 등을 포함한 28개국과 이미 RDP를 체결한 상태로, 다른 나라와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미 국산 무기체계가 최근 호주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수출 성과를 올리며 기술력을 입증받은 만큼, 한미 RDP가 선진국 수출 교두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미 국내에 도입되는 국외 무기체계 대부분이 이미 미국산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방산업체에 시장을 개방하면 국내 중소 방산업계가 되려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무기체계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상당 부분은 미국과 비교하면 뒤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국내 업계 보호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 등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기연의 연구용역에서도 이런 부분이 중점 다뤄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방위산업 잠식예상(위협)분야와 잠식 예상 규모 등을 비롯해 체결 시 개방 및 보호가 필요한 분야 조사 등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RDP 체결 추진 관련 질의에 "한미 간 실무레벨에서는 (관련) 대화가 오간건 꽤 오래됐다.

정상회담 선에선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일종의 국방분야 FTA로, (무역 부문에서) FTA를 할 때도 그렇게 많이 반대했지만 실제로 그 이후엔 훨씬 큰 이익이 있지 않았나"라며 "(RDP도) 대기업, 중소기업이 있는데 그들의 의견도 역량을 고려하고, 제일 고려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제일 강조하는 것도 국익과 실용으로, 이것이 공정과 상식보다 앞에 있다"며 "각계 여론을 들어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