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논의 개시키로…체결시 '미국산 우선 구매제도'로 인한 불이익 완화
'K-방산' 위상 확대 계기 기대…일각선 '시장 개방에 국내업체 역피해' 우려도
[한미정상회담] '방산 FTA'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 추진…美시장 진출 발판되나
한미가 21일 방산분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을 위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하면서 이른바 'K-방산'의 세계 최대 수출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국방상호조달협정에 대한 논의 개시를 포함해 국방 부문 공급망, 공동 개발, 제조와 같은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RDP는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자는 취지의 협정으로, 국방 분야의 FTA라고 불린다.

미국은 현재 무기 도입 사업 시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수출 희망 업체에 대해 '미국산 우선 구매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전체 원가의 55% 이상을 미국산 부품비로 채우도록 하는 제도로, 55%를 넘지 않으면 수출원가에 50%가량 '할증'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단 RDP 체결국에 한해서는 미 국방부가 자국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제도에서 규정하는 비율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할증'을 피할 수 있다고 방사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우선 구매제도 적용 비율을 55%에서 오는 2028년에는 75%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RDP 체결국이 아닌 경우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사실상 미국 시장 진출이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RDP 체결 시 명실상부 세계 최대 방산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으로의 수출 확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국산 무기체계가 최근 호주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역대급' 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이미 'K-방산'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만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수출 확대 등 시장 다변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미래 먹거리로 부상 중인 방산 분야의 FTA"라고 국방상호조달협정을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RDP 체결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미국이 한국을 제외한 주요 우방국 대부분과 RDP를 체결하고 있다는 점도 체결 추진 필요성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 28개국과 RDP를 체결했다.

안보실은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으로서 우리측 수출 확대를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동맹 간 표준화·상호운용성 증진, 국방협력 활성화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RDP가 체결될 경우 수출보다 국내 수급 위주로 사업을 하는 방산업체들이 역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무기체계 상당수가 이미 미국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RDP 체결이 미국업체들에 대한 문턱도 낮추게 되므로 대미 의존도만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의 경우 국외에서 대형 무기 도입 때 현지 업체가 국내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의 절충교역(무기판매에 따른 기술이전이나 반대급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RDP 체결 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이를 제외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향후 정책연구용역, 각 계 간담회,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한미 RDP 추진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